“8주 넘으면 따져보겠다”…車보험 개혁 또 멈칫, 이해충돌에 발목

“8주 넘으면 따져보겠다”…車보험 개혁 또 멈칫, 이해충돌에 발목

기사승인 2026-03-29 06:00:08
쿠키뉴스 자료사진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치료를 8주 이후부터 별도로 따져보겠다는 정부의 이른바 ‘8주 룰’ 도입이 또다시 늦춰졌다. 과잉진료를 줄이겠다는 정책 취지와 치료권 침해 우려가 맞부딪히며 이해관계자 갈등이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도입 시점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상해 12~14급 경상환자가 사고 후 8주 이상 치료를 이어갈 경우 의료전문가 판단을 거쳐 추가 치료 필요성을 심사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은 관련 내용을 담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과 ‘보험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사전 공고한 상태다.

정부는 제도 도입의 근거로 경상환자의 92%가 8주 이내 치료를 마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국민 96%도 적정 치료기간을 8주 이하로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함께 제시했다. 경미한 사고 이후 장기 치료가 반복되면서 자동차보험금 누수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다만 ‘8주’가 곧 치료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상환자(상해 1~11급)는 지금처럼 기간 제한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경상환자도 공공기관 전문의 판단을 거쳐 추가 치료 필요성이 인정되면 8주 이후에도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 심사에 필요한 진단서 등 서류 발급 비용과 심사 지연으로 발생하는 추가 치료비는 보험사가 부담할 예정이다. 정부는 8주 이내 신속 심사를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도 병행하고 있다. 심사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자동차손해배상보장위원회 산하 공제분쟁조정분과위원회에서 재심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제도 도입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예고하며 시행 시점을 3월 1일로 제시했다. 이후 4월 1일로 한 차례 연기된 데 이어, 현재는 다시 미뤄진 상태다. 정책 방향은 유지됐지만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일정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치료권 침해냐, 과잉진료 차단이냐”…정면충돌

가장 크게 반발하는 쪽은 한의계와 환자단체다. 한의계는 “치료의 본질을 무시한 일률적 규제”라고 주장한다. 약침·첩약·물리요법 등 반복 치료를 통해 회복을 유도하는 한방 치료 특성상, 획일적인 기간 제한은 결국 치료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대한한의사협회는 “8주 기준은 통계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자동차보험환자치료권익연대도 “연간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치료비가 보험사 이익으로 넘어갈 수 있다”며 “개정안은 전체 교통사고 피해자 95%의 보상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제도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경미한 사고에도 고가 치료와 장기 입원이 이어지는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비용 흐름을 보면 해석은 엇갈린다. 경상환자 한방 치료비는 2019년 6500억원에서 2024년 1조1400억원으로 급증한 반면, 의과 치료비는 같은 기간 3500억원에서 2600억원으로 줄었다. 치료비가 한방으로 쏠린 상황에서 ‘과잉진료’ 문제 제기가 구조 개선 요구인지, 영역 갈등의 연장선인지에 대해서는 시선이 갈린다.

보험업계는 보다 절박하다. 경상환자의 과잉진료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이 누적되면서 자동차보험 수익 구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전체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영업이익은 2015년 1조868억원 적자, 2019년 1조6445억원 적자를 기록한 뒤 코로나19 시기 일시적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2024년 다시 97억원 적자로 전환했고, 2025년에는 적자 규모가 7080억원으로 불어났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한방 치료 이용 환자의 1인당 치료비는 약 120만원으로, 비이용 환자(약 30만원)의 4배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도 도입이 한 달만 늦어져도 수백억 원 규모의 보험금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비용은 결국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정부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곧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고 재차 밝혔다. 다만 업권 간 간극이 여전히 큰 만큼 8주 룰 도입 시점은 당분간 불확실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