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커피는 잊어라. 이디야커피랩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것’을 넘어 하나의 코스로 경험할 수 있다. 직장인들의 ‘생명수’로 불릴 만큼 익숙한 커피지만, 이곳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린다. 향과 질감, 온도까지 설계된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새로운 경험으로 확장된다.
27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이디야 커피랩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140kg 규모의 로스터기와 델리존, 베이커리실이 자리해 ‘커피랩’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지난 2016년 문을 연 이곳은 커피 연구와 메뉴 개발을 담당하는 부서가 상주하는 공간이다. 현재는 커피랩 오픈 10주년을 기념한 ‘Ten Springs On’ 커피다이닝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이 이디야 커피다이닝의 첫 시즌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시작돼 현재까지 총 6차례 이어져 온 이 프로그램은, 일종의 ‘커피 오마카세’ 형태로 커피를 하나의 경험으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시즌은 지난 10년간 축적된 커피 연구와 전문성을 하나의 코스 형태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브랜드명 ‘이디야’가 에티오피아에서 유래한 점에 착안해, 해당 지역 커피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향미(컵 노트)를 세 가지 코스로 재해석했다.
커피 다이닝 프로그램은 박동하 바리스타의 진행으로 약 1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첫 번째로 내어준 메뉴는 에티오피아 게이샤 커피다. 핸드드립 방식으로 추출된 이 커피는 꽃과 과일 향이 선명하게 느껴지며 코스의 시작을 산뜻하게 열었다.
추출에는 케맥스 드리퍼가 사용됐다. 일반 드리퍼보다 추출 속도가 느리고 필터가 두꺼워 미분과 오일 성분을 걸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맛을 보니 커피 특유의 탁한 느낌 없이 맑고 깨끗한 질감이 강조되며, 가볍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인상이었다.
함께 제공된 디저트는 라벤더 머랭이다. 가볍게 부서지는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커피의 산미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플로럴 계열 향을 한층 더 길게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두 번째 코스에서는 오렌지를 곁들인 바닐라 크림과 티 베버리지가 함께 제공됐다. 커피의 향미 구조를 차 형태로 재해석한 음료로, 자스민, 오렌지, 주니퍼베리 등 7여 가지 재료를 활용해 꽃·과일·허브 계열 향을 분해한 뒤 다시 조합했다.
특히 오렌지 주스에서 펙틴을 제거해 투명하게 만든 점이 눈에 띄었다. 실제로 음료를 마셔보면 오렌지 특유의 상큼함은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한층 가볍고 깨끗한 인상이 강조된다.
박 바리스타는 “커피는 전체 성분 중 약 98%가 물로 이루어져 있고, 실제 당도는 높지 않지만, 로스팅 과정에서 생성되는 향 성분이 단맛을 인지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며 “이에 착안해 음료 역시 향을 중심으로 단맛을 느끼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잔 역시 인상적이었다. 림 두께와 색상에 따라 맛의 인지 방식이 달라지는데, 이날은 산미를 보다 선명하게 느낄 수 있도록 얇은 잔이 사용됐다. 림이 얇은 잔은 입안에 넓게 퍼지며 산미를 강조하고, 두꺼운 잔은 혀 뒤쪽으로 전달되면서 단맛과 바디감을 더 잘 느끼게 한다.
이 코스의 핵심은 커피의 향미를 보다 직관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커피가 단일 원두로 향을 표현한다면, 이 음료는 여러 재료를 층층이 쌓아 그 구조를 드러낸다. 덕분에 하나의 음료 안에서도 꽃, 과일, 허브 등 다양한 향을 또렷하게 구분해 경험할 수 있었다.
마지막 메뉴는 논알코올 커피 칵테일 ‘서울 사워’다. 클래식 칵테일 ‘뉴욕 사워’에서 착안해 만든 음료로, 매실과 살구 등 핵과류 계열 재료를 활용해 커피와의 조화를 끌어냈다.
마셔보니 서로 다른 풍미가 어색하게 겉도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음료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알코올이 없음에도 칵테일을 마시는 듯한 질감과 여운도 느껴졌다.
함께 제공된 매실 다크 휘낭시에는 코스의 마무리를 안정감 있게 잡아줬다. 초콜릿의 묵직한 질감에 매실의 단맛과 커피의 쓴맛이 더해지며,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했다.
이날 방문한 30대 A씨는 “커피를 카페인 때문에 마시는 편인데, 이렇게 향을 느끼며 즐기는 건 다른 경험 같다”며 “설명을 들으니 ‘이런 향이구나’ 하고 이해되는 점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대가 있어 일상보다는 경험 소비에 가까운 느낌”이라며 “평소 접하기 어려워 더 이색적으로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이번 커피다이닝은 목·금요일 오후 3시와 7시, 토요일 오후 1시와 5시에 진행된다. 코스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운영되며, 회차당 최대 6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현재 평균 예약률은 약 70% 수준이다. 프로그램은 다음 달 30일까지 운영되며, 예약은 네이버 예약을 통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