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상전’ 징후에…이란 “상륙 즉시 불태울 것”

미국 ‘지상전’ 징후에…이란 “상륙 즉시 불태울 것”

“미국, 협상 제안하며 뒤로는 지상 공격 계획”
美해병대 7000명 집결 및 ‘하르그섬’ 점령 시나리오에 맞불

기사승인 2026-03-29 22:22:14
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최후통첩을 보낸 가운데, 미군 지상 전력이 중동 현지에 속속 도착하며 전운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란은 새로운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단결을 강조하며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다.

29일 (현지시간) 이란 관영언론 IRNA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적(미국)은 공개적으로 협상 메시지를 보내면 비밀리에 지상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며 “우리 병사들은 미군이 지상에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들의 목숨을 불태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4월6일까지 해협을 재개방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낸 상태지만, 이란 지도부는 이를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전쟁 이전에 열려 있던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여는 것이 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작전 목표가 됐다”며 미국이 전쟁에서 얻지 못한 것들을 15개 요구사항 목록으로 제시해 외교를 통해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이 이란에 제시한 종전안에는 핵시설 해체와 우라늄 농축 중단, 호르무즈 해협 통행 보장 및 관리틀 재편, 역내 무장단체 지원 중단 등 15개 요구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갈리바프 의장은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내부 결속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따르는 경건하고 깨어있는 추종자가 돼야 한다”며 지난달 폭사한 전임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뒤를 이은 아들 모즈타바를 중심으로 단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위대한 이란 국민은 9000만 명의 영혼이 하나 된 몸으로 남아 있다”며 “사회 각 계층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나라를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이 같은 강경 발언은 실제 미군의 지상군 투입을 상정한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나왔다. 미 중부사령부는 “강습상륙함 트리폴리에 탑승한 미 해군과 해병대 병력이 중부사령부 관할 구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 함정에는 약 3500명의 해군·해병대로 구성된 상륙준비단과 31해병원정대(MEU)가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 등 일부 외신은 미군이 이란의 핵심 에너지 허브인 하르그섬을 겨냥한 기습 작전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재 이란 인근에는 해병대와 공수부대 등을 포함해 약 7000명의 미군 병력이 집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군이 이미 수주간의 지상 작전을 가정한 모의훈련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또 샌디에이고에서 출발한 미 해군 강습상륙함 복서함과 추가 해병대 병력도 합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은 지상군 투입 없이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도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며 지상군 투입 여지를 남겼다. 이번 병력 증강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가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아 미군이 부상한 직후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시한은 오는 4월6일이다. 현재 미국은 협상을 명분으로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습을 유예하고 있으나, 기한 내 진전이 없을 경우 대규모 지상 작전이 전격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예멘 후티 반군이 공식 참전을 선언하고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전선은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만약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이어 후티가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차단할 경우,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