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9단이 명백한 반칙을 범했음에도 어떠한 조치도 받지 않았다. ‘시간패’와 ‘반칙’ 사이에서 시간에 쫓긴 박 9단은 반칙을 택했고, 이 장면은 바둑TV 생방송을 통해 전파를 탔다. 하지만 지난 시즌과 달리 심판 개입은 없었고, 시간이 흘러 석연치 않은 원익의 승리로 챔피언결정전이 끝났다.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이 29일 오후 7시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정규시즌 1위 고려아연과 2위 원익의 대결로 열렸다. 지난 1·2차전 모두 풀세트 접전을 펼친 끝에 서로 1승씩 나눠가진 두 팀은 이날 승부를 이기는 쪽이 이번 시즌 챔피언이 되는 마지막 일전을 벌였다.
기선은 원익이 제압했다. 1국에 등판한 원익 3지명 이원영이 고려아연 주장 안성준을 격침하는 개가를 올렸고, 2지명 이지현은 챔피언결정전 시리즈에서 세 번 연속 맞붙게 된 고려아연 4지명 송규상을 제압했다. 원익이 2-0으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필승 카드’ 진위청과 박정환은 아직 출전도 하지 않은 상황. 풀세트 접전이 펼쳐진 지난 1·2차전과 달리 승부가 빨리 끝날 수도 있겠다는 전망이 오갔다.
그러나 승부는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았다. 고려아연이 자랑하는 ‘용병’ 랴오위안허가 원익 ‘홍일점’ 김은지를 제압하면서 추격의 물꼬를 텄고, 2지명 최재영은 원익의 진위청을 무너뜨리면서 기어코 2-2 동점을 만들었다.
원익은 최종 5국에서 아끼고 아낀 최강의 카드로 주장 박정환을 내보냈고, 고려아연은 지난 시리즈 내내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던 5지명 한태희를 저격수로 등판시키는 승부수를 띄웠다. 3지명 류민형을 빼고 5지명 한태희가 최종국에 등판하는 건 이날 경기가 펼쳐지기 전까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오더였다.
대국은 초·중반 박정환 9단의 우세로 흘렀다. ‘기선전’ 초대 우승을 차지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 9단이 예상대로 손쉬운 승리를 가져오는 듯 했다. 그러나 한태희가 하변에서 박정환의 진영을 돌파하는 승부수를 성공시키면서 형세는 순식간에 역전됐다. 역전을 당한 박정환이 크게 흔들리면서 잡은 돌을 전부 들어내지 않고 바둑판을 엉망으로 만든 이후 시계를 먼저 누르는 반칙을 범했다. 지난 시즌이었다면 심판이 즉시 개입해 대국을 잠시 중단하고 벌점 2집을 선언했을 명백한 반칙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심판의 개입이 없었고, 박정환의 반칙이 생방송을 통해 전파를 타고 흘렀음에도 어떠한 조치도 없이 대국은 그대로 진행됐다. 그러는 사이 박정환은 서서히 냉정을 되찾으며 추격을 이어갔고, 한태희가 우하귀에서 무리하게 패를 들어가는 패착을 범하면서 결국 박정환의 승리로 대국이 끝났다.
석연치 않은 마무리였다. ‘역대급’이라는 평을 받을 만큼 명승부가 펼쳐진 챔피언결정전 시리즈가 반칙을 둘러싼 논란으로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