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정세 불안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의료 현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사기 등 필수 의료소모품의 가격 인상과 품절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는 현장 혼란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정부의 긴급 대응을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는 3일 성명을 내고 “인슐린 주사기 등 기본적인 의료소모품은 모든 진료행위의 근간”이라며 “공급이 불안정할 경우 필수진료 자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의료소모품 가격 상승과 품절에 따른 혼란이 이미 의료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의사회는 “일부 품목은 구매 제한이 시행되고 있으며, 기존 주문마저 취소되는 실정”이라며 “의료 현장 혼란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은 단순한 유통 문제를 넘어 환자 생명과 직결된 의료 안전 문제”라며 “특히 만성질환자, 당뇨병 환자, 예방접종 대상자 등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의사회는 “정부는 선제 대응은 물론 최소한의 위기관리 체계조차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불과 한 달가량의 원유 공급 불안으로 이런 사태가 발생한 점 역시 매우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중동발 공급망 불안으로 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플라스틱 기반 소재 의존도가 높은 제약사들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포장재, 앰플, 수액백 등의 재고가 소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소재의 기초 물질인 에틸렌 생산의 핵심 원료다.
의사회는 정부를 향해 △의료소모품 비축 물량 확보 및 수입 다변화 등 필수의료 자원 수급 안정 대책 마련 △가격 급등, 투기적 유통, 사재기 등 비정상적 가격 인상에 대한 강력한 행정조치 △의료기관의 필수진료 유지를 위한 의료소모품 우선 배분 체계 구축 △국가 차원의 의료물자 공급망 관리 체계 전면 재정비 등을 요구했다.
의사회는 “우리나라는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국인 만큼, 전시에 준하는 의료소모품 수급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이를 방치한다면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중동 전쟁에 따른 의료 현장의 우려를 전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다양한 포장 용품으로 사용되는 물품과 의료기관에서 기본적으로 쓰이는 주사기 등의 안정적 공급에 대한 현장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최근 산정 불가 품목의 일방적 가격 인상 시도와 관련해서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기관 물품의 상당 부분이 수가에 녹아 있다는 이유로 산정 불가 품목으로 지정돼 있다”며 “해당 물품의 일방적 가격 인상은 어디서도 보전받을 수 없어 의료기관의 경영 부담으로 이어진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보건당국은 의약품, 의료기기 등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산업통상부와 협력해 나프타 등 원료가 우선 공급될 수 있도록 조치 중이다. 필수 제품이 의료 현장에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의약단체, 의료제품 공급자·유통단체에는 자율규제를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