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희귀병 환자 전체 유전자 분석…돌연변이 찾아내 치료 성공”

서울대병원 “희귀병 환자 전체 유전자 분석…돌연변이 찾아내 치료 성공”

기사승인 2015-11-03 15:41:55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국내 의료진이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해 돌연변이된 유전자를 찾아내고 치료에 성공했다.

김모양은 4세 때 면역세포가 장세포를 공격한 ‘자가 면역 장병증’을 진단 받았다.

이후 악성 빈혈과 자가 면역 간염으로 고생했고, 범혈구감소증을 동반한 잦은 감염으로 치료를 받았다. 또 12세가 되던 해 위장에 위암이 발견되어 위절제술을 받아야했다.

이런 증상들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김 양의 면역세포가 장 세포를 항원으로 인식하고 공격해 생긴 합병증이다. 의료진은 다양한 면역억제제를 투여했지만, 큰 진전은 없었다.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고재성(사진), 문진수 교수, 의과학과 최무림 교수, 광주과학기술원 박성규 교수 공동 연구팀은 자가 면역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체 돌연변이를 찾아내기 위해 김 양에게 전체엑솜시퀀싱(Whole-exome sequencing) 검사를 했다.

전체엑솜시퀀싱은 차세대 유전체 분석 기법으로,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한 번에 분석해 5000개 가까운 유전인자를 진단할 수 있는 검사법이다.

그 결과, 자가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유전자 CTLA4 (Cytotoxic T-lymphocyte antigen 4)에서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이 돌연변이는 유전자 CTLA4의 기능을 상실시켜, 자가 면역 반응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김 양에게 전체엑솜시퀀싱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CTLA4의 기능을 강화하는 약물인 아바타셉트(abatacept)를 투약했다. 이는 기존에 중증 류마티스 관절염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제다.


그 결과, 김 양의 빈혈과 장 증상이 상당히 호전됐다. 김 양의 설사양은 67% 줄었고, 수혈도 안 받을 만큼 빈혈이 호전되어 지난해 2월 6일 퇴원했다. 입원한지 3년 만이다. 현재는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연구팀은 추가적인 반응 검사를 통해서도 김 양의 혈액 속의 면역 세포 기능이 약물 치료로 대폭 호전됨을 확인했다.

문진수 교수는 “본 연구는 최신 유전체 연구 기법인 전체엑솜시퀀싱 기법을 활용하여 특정 질환에 대한 원인 유전자를 발굴하고, 이에 대한 맞춤형 약물 치료를 성공한 사례로서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난치성 위장관 및 간질환 환아들에게 원인 발굴에 근거한 맞춤형 치료를 발전시키고자 기획하고 있다. 특히 어린 나이에 발생하는 드문 양상의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과 유전성 간질환 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사례는 면역학 분야의 최고 권위 학술지인 알레르기 및 임상면역학회지(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인용지수 11.5) 최신호에 발표됐다.
kubee08@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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