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산하 '환자중심의료기술최적연구사업단'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환자중심의료기술최적연구사업은 지난 2019년 기존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 앞에 ‘환자중심’이라는 단어를 추가해 확대 실시됐다. 매년 230억 원씩 8년 동안 총 1840억 원의 국고를 투입해 환자중심 의료기술의 효과성을 밝혀내는 공익적 임상연구를 지원하는 기구다.
그런데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환자 중심’이 아니라는 것이 환자들의 주장이다. 환자단체에 따르면, 환자중심연구사업단’은 매년 국민, 시민단체·소비자단체·환자단체, 정부·유관기관, 보건의료 관련 업무종사자, 연구자 등으로부터 연구주제를 제안 받아 선정하도록 되어있다. 사업이 시작 이래로 국민·환자·소비자단체의 연구 제안은 2019년 9건, 2020년 104건(선별 후 50건)이 들어왔지만, 실제 선정된 연구는 지난해 한국1형당뇨병환우회가 제안한 1건에 불과하다.
연구과제 심사 과정에서도 차별, 방해 등이 있었다고 환자단체는 주장했다. 특정 연구과제에 ‘이해상충 문제’가 있을 경우 선정기준에 부합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한국1형당뇨병환우회가 제안 연구 관련 회의록에 정확한 확인없이 ‘주제를 제안한 환자단체와 공동연구를 수행해 온 특정 연구자 그룹이 있음’이라는 이해상충이 의심되는 문구를 기재해 불이익을 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장은 “환우회는 기존의 한 대학병원과 연구기관에 혈당 관련 데이터를 제공헀지만 대가없는 순수한 목적이었으며, 해당 연구자들도 대외적 연구비를 받은 것이 아닌 학문적 차원의 연구였다. 이 사실은 사업단에서도 알고 있던 사항”이라며 “그런데도 회의자료에 저런 문구를 올린 것은 의도가 불순하다고 생각된다. 사업단이 환자 제안 안건을 드랍(탈락)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연구주제가 선정됐으면 된 것 아니냐는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가 제안한 연구주제는 ‘1형 당뇨인들이 수집한 혈당 관련 데이터를 활용한 1형 당뇨관리 개선방안’이다. 1형 당뇨인들이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 펌프, 그 외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해 수집한 혈당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공익적 혈당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취지다.
해당 주제가 연구 과제로 선정된 이후에도 연구 방해가 있었다고 했다. 사업단이 최종 선정한 연구임에도 불구하고‘1형당뇨병환우회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허가받지 않은 의료기기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이므로 사용하지 말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 주제를 맡게 된 연구팀도 난감해하고 있다. 환자들이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안된 연구이고 이를 통과시켰음에도 해당 데이터는 쓸 수 없게 만든 것”이라며 “심지어 연구 자문단에 의료데이터 전문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연구 내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환자 중심’이라지만 실상은 환자들이 몇 건의 제안을 했다는 식으로 포장하기 위한 것이지, 환자들의 제안이 연구로 진행되는 건 꺼려하는 분위기가 깔려있는 것 같다”며 “환자를 위한 취지라고 해 의미를 뒀지만 돌아온 것은 국민·환자를 무시하는 태도다. 정말 환자 중심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사업단 측에 해당 문제제기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으나 구체적인 답변은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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