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유령수술, 공장식 수술 논란이 재차 점화되고 있다. 한국의 미용성형이 'K뷰티'로 인기를 끌면서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 성형강국으로 불리는 국내 미용성형 이면에 있는 어두운 현실이기도 하다. 약 10년 전부터 논란이 되어왔던 문제인데, 최근에도 여전히 이뤄지고 처벌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령수술·공장식 수술, 왜 일어나나
대리수술, 일명 유령수술은 유명한 스타 의사를 앞세워 환자를 유치하고, 막상 수술에는 진료·상담을 진행한 주치의가 아닌 의사가 집도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공장식 수술은 한 의사가 여러 명의 환자를 동시에 마취시킨 후 수술방을 넘나들며 수술을 진행하는 행태를 이르는 말이다.
의료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위험천만한 행위인만큼 피해자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13년 서울 강남의 G성형외과에서는 쌍커풀과 코 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숨진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주치의가 아닌 유령의사가 수술을 집도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얼마 전 울산지역의 한 대형 산부인과에서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요실금 수술, 제왕절개 등 700여건에 달하는 수술을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한 것이 적발되기도 했다.
‘공장식 수술’도 문제다. 2016년 서울 신사역 인근 성형외과에서 턱 성형수술을 받다 사망한 故권대희씨 사건의 경우 한 명의 의사가 동시에 4명을 수술하는 ‘공장식 수술’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조치가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환자가 의식을 잃고 피를 흘리는 상황에서 간호조무사 혼자 지혈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면서 무면허의료행위 혐의도 지적됐다.
유령수술과 공장식 수술은 한정된 시간동안 많은 환자를 수술해 최대한의 수익을 올리려는 의도에서 나타난다. 의료기관의 수익은 극대화하지만, 정작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와 안전은 지켜질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유령수술, 의료행위 아냐...‘상해·살인’ 으로 처벌해달라 요구도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유령수술, 공장식 수술을 제대로 처벌해달라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 법원삼거리에서는 ‘환자 동의없는 범죄수술을 상해치사 및 살인죄로 처벌하라’고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환자권익연구소, 의료범죄척결 시민단체 닥터벤데타 등 4개 시민단체는 “거듭되는 공장식 유령수술, 범죄의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이제는 멈춰야 한다”며 환자 동의없는 수술로 인한 사망에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의료법상에는 유령수술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 환자를 속이고 주치의 대신 다른 의사가 집도한다는 유령수술의 개념이 일반 상식에 부합하지 않고, 의료행위로 인정될 수 없어서다.
의료법으로는 무자격 의료행위에 대해서만 처벌이 가능하고,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시 집도의를 알리고 환자 동의를 받는 ‘설명의무’에 위반했더라도 6개월간 면허 정지 및 과태료 처벌만 받게 된다. 그러나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유령수술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높다.
공장식 유령수술로 사망한 故권대희씨 어머니인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장은 “아들을 잃고나서야 엽기적인 ‘공장식 분업식 유령수술’이 강남지역에서 난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유령수술 공모자들은 단한차례도 제대로 된 수사나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 공장식 분업식 유령수술방식’을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할수 있도록 ‘공소장의 죄명’을 변경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소장은 앞서 지난달 31일 이같은 내용의 요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그는 최근에도 여전히 유령수술에 대한 제보가 잇따른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3월에만 두 건의 유령수술 제보가 들어왔다. 코수술을 하려고 병원에 갔던 20대 남성이 안면윤곽수술까지 받고 사망했던 사례가 있었다. 그리고 29세 부인이 양악수술을 받고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남편의 제보도 있었다”며 "최근에는 유령수술 병원들이 더 치밀하고 교묘해졌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대로 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선웅 닥터벤데타 대표(성형외과전문의)도 ‘유령수술은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했다. 김 대표는 “유령수술은 정상적인 의사는 하지 않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면허증이 있더라도 환자를 상담하지 않은 의사가 수술방에 들어가 칼을 휘두른다는 자체가 비상식적이고, 의료행위 자체가 아니다. 환자가 동의하지도 않은 마루타수술을 진행했다는 것은 상해 또는 살인으로 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성형강국’이라 타이틀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기본적으로 수술은 의사 개인의 역량에 한정된다. 특정 의사가 수술을 잘한다고 해서 한국이 성형수술을 잘한다는 것으로 이어질 수 없다. 수술은 산업화, 공업화가 될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라며 “의사 한 명이 하루 2~3건의 수술을 하면 지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매일 수많은 환자를 수술하는 곳은 공장식, 분업식 유령수술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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