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 시행 4주년을 맞아 진행한 성과보고에서 문 케어를 통해 3700만명의 국민이 9조2000억원의 의료비 혜택을 받았다고 밝혔다. 의료계, 학계, 시민단체가 바라보는 문재인 케어 4년에 대한 평가를 알아봤다.
정부는 △비급여의 급여화 △취약계층 본인부담 완화 △의료안전망 강화 등 세 가지 축으로 2022년까지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건강보험 4주년 성과보고 대회’에서 “고액‧중증질환자, 건강 취약계층, 저소득층 중심으로 의료비를 경감할 수 있어 뿌듯한 심정”이라며 “국민들의지지 덕분에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과감히 시행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국민들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정책 중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당초 정부는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성 비율을 70%까지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내세웠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8년 63.8%, 2019년 64.2%에 그쳐 이 추세를 미뤄볼 때 2022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증질환과 관련해서는 보장률이 70%를 육박하고 있고, 5세 미만, 65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70%에 가까운 보장률 목표를 달성했다. 정책 목표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의료계 “취지는 좋으나, 지속가능성 문제 검토 필요”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문재인 케어의) 취지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준비돼 있느냐 봤을 때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다. 지속 가능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정부는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국가는 매년 예산의 범위에서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 지원하고, 국민건강증진금을 통해서도 당해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6%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토록 하고 있다. 즉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가 국고지원금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13%대의 국고지원금만 지원하고 있다.
박 대변인은 “국고 지원이 제대로 안되다 보니 의료기관의 부담이 늘어나 제대로 제도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문 케어로 인해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됐다. 이로인 해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또 MRI 등의 급여화 기준이 모호한 것도 문제다. 증상만 있어도 보험을 적용하다 보니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 부분이 있다. 이는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속 가능의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가 정상화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기형적이긴 하지만, 수가가 낮더라도 비급여 등으로 충족하면서 의료서비스가 유지된 부분이 있는데, 수가를 정상화시키지 않고 급여화를 진행하다보니 의료기관 운영에 문제가 생긴다. 이러한 저수가가 지속된다면 유지되기 힘든 구조다. 무조건 잘했다고 하기보다는 앞으로 지속되기 위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무조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제도를 보완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형선 교수 “70% 목표 보장률 사실상 불가능… 보다 많은 의료서비스 급여화한 것 긍정”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문 케어의 목표 보장률 70%는 사실상 달성 불가능한 수치라면서 보다 많은 의료서비스를 급여 체계로 끌어온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교수는 “공약으로 70% 보장률을 내세웠을 때부터 턱없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했다”며 “의료공급체계를 완전히 민간에 맡기는 한국에서는 절대 70%를 넘길 수 없다. 또 보장률을 높인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 본인부담율이 너무 낮으면 환자는 비용 의식이 없어지고 의료이용만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케어가 나름 노력했음에도 60% 중후반대를 기록하는 것을 보면 물리적으로 안 되는 수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선에 나올 대통령 후보들도 같은 공약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라며 “수치를 달성하지 못한 것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이전 정부보다 1.6%p 오른 것도 굉장히 노력한 것이라고 본다. 정부가 전체 보장률을 높이는 공약을 하지 말고 서비스별로 보장률을 다르게 해야 한다. 필수의료에 대해서는 본인 부담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가야 환자 스스로 가격을 의식할 수 있다. 이번 정부에서 선별급여, 예비급여 등으로 부담없이 의료서비스를 급여권으로 끌어들였다. 개인의 본인 부담은 낮아지고, 공적으로 모니터링, 컨트롤할 수 있게 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대형병원 수익창출 수단… 개인 체감 여전히 낮아”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장은 문재인 케어가 대형병원의 수익 창출 형태로 진행돼 일반 국민 개개인이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체감할 수 있는 보장성 혜택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재정이 투입됐지만, 그 혜택은 대형병원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보편적인 측면에서 보장률이 담보돼야 하는 게 맞다. 질환별로 접근하면 환자 간 보장률 격차로 연계되고, 결국 보편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적용했던 게 ‘문재인 케어’다. 70%를 목표로 했는데, 중증 질환에 대해서 보장성이 높아졌다고 하는 건 애시당초 시작했던 문케어의 목표 달성이 안되서 변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편성을 담보로 전반적인 보장성 강화가 목표였다. 그래야 계층별, 질환별 발생할 건강 격차를 좁힐 수 있다”며 “건강보험 국고지원금도 법적으로 예상수입의 20%라고 돼 있지만, 매번 지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미지급한 금액이 25조원이다. 관행적으로 축소편성하는 것을 체계로 바꿨어야 한다. 재원조달에 있어서도 공정하지 않은 형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부담이 결국 국민의 보험료 가중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또 비급여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의계 “한의진료 건보 급여화 촉구… 원하는 국민 편익 증진해야”
한의계는 한의진료의 건보 급여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진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최근 추나요법이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추진됐다”며 “추나는 2년간의 모니터링 기간이 끝났다. 급여화 당시 재정 우려로 본인부담률, 횟수 제한 등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불편이 있었다. 우려와 당시 재정 추계의 절반밖에 사용되지 않았다. 첩약도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돼 당초 재정의 10%도 안되는 소요를 보이고 있다. 국민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MRI, 초음파 등 큰 것만 보지 말고, 한의학 쪽에서도 국민이 정말 필요로 하는 진료들의 급여화가 진행되길 바란다. 적은 재정으로도 국민 체감은 클 수 있다. 한의계도 건강보험에 빨리 진입해 국민들의 문턱을 낮췄으면 한다. 실손 보험도, 건보 적용도 낮아 반강제적으로 못 오게 하는 부분이 타파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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