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일반 성인보다 불면증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오탁규 마취통증의학과 교수팀(분당서울대병원 송인애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서울대병원 박혜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코로나19 확진자는 일반 성인에 비해 불면증에 걸릴 확률이 3.3배 높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 규명했다.
불면증은 잠이 오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는 증상을 비롯해 지나친 조기 기상, 야간 수면 부족, 적정 수면 후에도 느껴지는 피로감 등 다양한 증상을 포함한다. 불면증 환자는 생체리듬이 바뀌고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뇨병·고혈압 등 합병증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며 만성 불면증일 경우 뇌의 부피가 해마다 줄어들어 치매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러한 불면증 유병률이 증가했다는 조사가 발표되며 다양한 연구가 이뤄졌다. 전 세계적으로 불면증 환자가 급증하고 한국도 평균 대비 5.78%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음에도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사회 간접적인 영향으로 파악해왔다.
그러나 오탁규 교수 연구팀이 최근 코로나19와 불면증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밝히며 주목받고 있다. 오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코로나19 코호트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코로나 PCR 검사를 받은 성인 30만명(양성 7000명)을 대상으로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불면증 유병률을 비교했다. 연구에는 △성별 △연령대 △정신질환 등 다양한 변수가 사용됐다.
그 결과,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불면증을 겪을 확률이 3.3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부적으로는 위험도가 여성에서 3.5배, 40~50대에서 4.2배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또 정신 질환이 없거나 동반질환지수(점수가 높을수록 기저질환 악화를 의미)가 낮은 환자일수록 확진에 따른 불면증 증감 폭이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불면증 발병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고령, 정신질환, 동반질환지수 3 이상의 환자들은 코로나19 확진 여부와 상관없이 불면증 위험이 높아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낮은 반면, 젊거나 건강한 사람일수록 위험도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코로나19와 불면증의 상관관계를 최초로 입증한 데 의의가 있다”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행됨에 따라 확진자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불면증, 신체기능의 저하 등을 비롯해 코로나19 양성 판정자들이 경험하는 삶의 질 저하를 예방하는데 본 연구결과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불면증은 △선천적으로 예민한 일차성 불면증 △여성 갱년기 증상으로 인한 불면증 △수면호흡장애로 인한 불면증 등 원인도 다양하다. 잠이 안 온다고 무턱대고 수면제를 먹기보다는 불면증의 원인에 맞는 치료방법이 필요하다. 수면을 위해선 조용하고 안락한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며 야간에 빛 노출도 최대한 줄여야 한다.
한편, 연구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발행하는 ‘신경정신의학지’에 게재됐으며,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환자 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에서 발주한 감염병 의료기술 근거생성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