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오후부터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공공의료와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예산 반영·법 개정을 위해서다.
보건의료노조는 앞서 지난 9월2일 보건복지부와 교섭을 벌여 △공공의료확충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실제 노정 합의가 이행되기 위해선 법·제도 개선, 예산확충이 이뤄져야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넘긴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등을 위한 예산 3688억원을 내년도 예산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지금까지 확보한 예산은 감염병안전수당 예산 1200억원, 교육전담간호사 102억원, 병원 직종별 인력 기준 연구비용 10억원 등 1300억원에 불과하다.
또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공의료 3법(공공의료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국고 분담비율 확대, 공익적 적자 지원)과 민주당 이용빈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공보건의료확충 기금 신설(담배개별소비세 통한 기금 조성)을 위한 관련 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나 위원장은 “9·2노정 합의의 출발점은 예산확보와 법 개정”이라며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급증해 병상과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파력이 델타 변이보다 빠르다는 오미크론 변이도 발생해 세계 각국이 빗장을 잠그고 있다. 일상회복으로 나아질까 하는 희망보다는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드코로나는 공공의료와 인력 확충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코로나19 초기부터 공공의료와 보건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해 국민 공감대가 형성됐다. 때문에 9·2 노정 합의에 대해서도 국민이 전폭적으로 지지해줬다. 말로 되는 게 아니다. 구체적인 예산확보와 법 개정이 필요하다. 재정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 여야 협상에서 다른 쟁점에 밀려 9·2 노정 합의 이행을 위한 예산 증액 논의는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 10월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립중앙의료원에 방문해 노정합의 이행을 위한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인력 처우 개선 등을 위한 예산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나서겠다고 했지만, 아직 예산 반영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나 위원장은 “국회와 기획재정부가 응답해야 한다. 국민의 염원을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노정 합의를 했음에도 안 하겠다는 건 앞으로도 영영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라며 “감염병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방역상황도 계속 악화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권역별로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하기로 했었다. 그랬다면 지금 충분한 역할을 했을 텐데,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한 피해는 국민이 보고 있다.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지금 안 하면 안 된다. 그냥 놔둬선 공공의료가 강화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법상 예산안 확정 기한인 2일까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가 국회로 올린 예산안 원안이 자동으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다.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한 경우 여야는 9일까지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다. 나 위원장은 공공의료확충 등에 대한 예산확보, 법 개정이 될 때까지 국회 앞에서 단식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