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중·저소득 국가의 백신 생산 전문가 양성을 돕는다.
18일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백신연구소(IVI)와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백신·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 기본교육 입교식을 개최하고 앞으로 2주간 진행될 백신 개발·생산 기본 교육을 소개했다.
감염병은 국가간 유입을 완벽히 차단하기 어렵다. 선진국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백신·치료제를 독점해 확산을 통제하더라도, 중·저소득 국가에서 유행이 지속되면 국가간 여행객을 통해 언제든지 재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 WHO는 선진국과 중·저소득 국가의 백신 보급률 및 접종률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앞서 2월 WHO로부터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백신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국내외 백신 생산 전문 인력 교육을 담당하게 됐다. 정부는 4월부터 WHO와 논의를 통해 첫회 교육 국가로 △방글라데시 △세네갈 △이집트 △케냐 △나이지리아 △베트남 △아르헨티나 등을 선정했다. 이들 국가는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이전 허브 수혜국이다. 아울러 백신 생산시설을 보유한 중·저소득(LMICs) 국가인 △르완다 △가나 △모로코 △말레이시아 △파나마 △태국 △에티오피아 △우간다도 선정됐다. 이들 국가에서 백신 생산인력, 공공기관 재직자 등 117명과 우리나라 교육생 33명 등 총 150명이 이번 교육에 참여한다.
교육생들은 오는 29일까지 △면역학 △역학 △생산공정기술 △공정개발 △규제과학 △임상시험설계 분야 등 기초과정을 수료할 예정이다. 백신 개발·생산·허가 등 전주기에 대한 기초적인 이론교육이 중심이 된다. 아울러 백신 관련 정책, 특허 및 지식재산권에 대한 교육도 진행된다.
국내 백신·의약품 생산시설도 견학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과 교육생들 간 관계 형성 프로그램도 예정됐다. 국내 백신·의약품 관련 기업을 글로벌 시장에 홍보하고, 인재를 유치할 기회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교육생들에게 선보일 기업은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싸이티바 및 용인 GC녹십자, 판교 싸토리우스 등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의 mRNA백신을 비롯해 해외 기업의 코로나19 관련 의약품의 위탁생산을 다수 수주했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를 자체 개발, 허가받았다. GC녹십자는 국내 독감 백신 시장에서 가장 높은 생산실적(1526억900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혈장치료제 개발에 도전한 이력이 있다. 싸이티바는 백신 원·부자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본사는 미국이다. 싸토리우스는 바이오시의약품 생산 공정 개발, 구축 전문 기업으로 독일에 본사를 뒀다.
교육 과정 전반은 IVI가 맡아 진행한다. IVI는 감염성 질병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고, 전 세계에 고르게 분배한다는 목표로 1997년 설립된 국제기구다. 우리나라에 본부를 두고 있다. 교육생들은 2주간의 교육을 마치고 보건복지부 장관, IVI 사무총장 공동명의의 수료증을 받게 된다.
교육생으로 참여한 가나 쿠마시 열대의학 공동연구센터 아이작 연구원은 “가나에 있는 가족들과 동료들 모두 나의 첫 한국 방문과 교육 참여에 대한 기대가 컸다”며 “대학에서 화학을 연구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이번 교육 프로그램에서 얻는 지식과 경험이 향후 연구와 수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가나에서는 아이작을 포함해 총 4명의 교육생이 선정됐다.
이강호 백신허브화추진단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은 계속 진행 중이며 우리는 코로나19 이후 어떤 신종 감염병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감염병은 물리적 장벽 없이 확산하지만, 백신과 치료제에 접근하는 데는 분명한 장벽이 있음을 전 세계가 확인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이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다음의 팬데믹에 대비할 수 있도록 백신 전문가들을 교육하게 되어 매우 의미있다”며 “교육생들이 본국의 백신 생산 및 정책 개발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백신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다”며 “모든 국가들이 자국에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인적 있는 인적자원을 보유할 수 있도록 WHO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정부 및 민간 기관과 계속해서 소통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영상을 통해 전했다.
제롬 김 IVI 사무총장은 “그동안 백신은 많은 치명적인 질병들을 종식시켜 어린이들의 사망을 막았고, 암을 예방하기도 했다”며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부담은 막대하고, 생명의 값어치는 책정하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은 생명을 살리고 감염병을 예방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는 합리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IVI는 이번 과정을 통해 여러 국가들이 글로벌 백신 생산 과업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인적 역량을 교육하고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