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림프종이 목이나 얼굴 주변에 생기면 치료 결과가 확연히 더 나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이우진‧정준민 교수팀은 피부 림프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균상식육종’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병변 발생 위치에 따른 치료 결과를 분석한 결과, 얼굴이나 목 부위에 병변이 생긴 경우 10년 생존율이 약 53%였다고 최근 밝혔다. 얼굴이나 목 부위에 병변이 없는 환자들의 10년 생존율(약 94%)에 비해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피부 림프종은 보통 햇빛에 노출되지 않는 부위에 생긴다.
그 동안 균상식육종 병기, 병변의 크기,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 등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진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들은 발표됐지만, 병변 위치에 따른 결과에 대한 연구 결과는 없었다.
피부 림프종의 약 90% 정도를 차지하는 균상식육종은 선홍색의 발진 증상이 나타난다. 피부 림프종 자체 환자수가 적다보니 의료진에게도 생소해 습진이나 건선, 아토피 피부염 등으로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있다.
조기에만 발견되면 자외선 광선치료 및 국소치료제만 꾸준히 사용해도 충분히 치료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질환으로 잘못 진단돼 오랫동안 방치하면 림프절 등 다른 곳으로 전이돼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
보통 균상식육종은 겨드랑이나 가슴 밑, 엉덩이 등 햇빛에 노출되지 않는 부위에 생기는데, 얼굴이나 목과 같은 부위에 병변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연구팀은 병변 위치에 따른 치료 결과를 분석했는데, 얼굴이나 목에 병변이 있으면 병기가 높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이우진 교수팀은 1997년부터 2020년까지 균상식육종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 중 124명을 얼굴이나 목 부위에도 병변이 생겼는지 여부에 따라 나눠 치료 결과를 분석했다.
얼굴이나 목 부위에도 병변이 생긴 균상식육종 환자들은 전체 124명 중 39명(약 31.5%)이었고, 그렇지 않은 환자들은 85명(약 68.5%)이었다.
전체 환자의 10년 생존율은 81.6%였는데, 얼굴이나 목 부위에 병변이 생긴 환자들의 경우 53.4%였던 반면 그렇지 않은 환자들은 94.6%인 것으로 나타나 큰 차이를 보였다.
얼굴이나 목 부위에 병변이 생긴 환자들 중 약 26%가 3기로, 약 13%가 4기로 진단된 반면 그렇지 않은 환자들은 약 5%가 3기로, 약 1%가 4기로 진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얼굴이나 목 부위에 병변이 생긴 환자 중 균상식육종이 피부 외 림프절, 골수, 혈액 등으로 전이된 경우는 약 48.7%인 반면, 얼굴과 목 부위에 병변이 없는 환자들의 경우 단 3.5%의 환자만 다른 장기로 전이됐다.
악성 림프구 세포 크기가 커져 결국 치료가 힘들어지는 대세포 이행(large cell transformation)도 목과 얼굴에 병변이 생긴 환자들 중 약 15%에서 나타난 반면 그렇지 않은 환자들은 약 1%에서만 발생했다.
이번 연구 논문의 교신 저자인 이우진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균상식육종 등 피부림프종이 습진이나 건선 등 다른 피부 만성질환으로 잘못 진단돼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조기에만 발견하면 치료 성적이 좋은 만큼 균상식육종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얼굴이나 목 부위에 병변이 생기면 통계적으로 치료 경과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만큼 더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피부과 분야에서 저명한 ‘미국피부과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Dermatology, IF=15.487)’에 최근 게재됐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