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내년도 예산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윤석열 정부가 예산 편성방향을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했음에도 복지부 재정규모는 올해보다 확대됐다.
정부가 30일 국무회의에서 ‘2023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내년도 복지부 예산으로는 전년 대비 11.8% 오른 108조9918억원을 편성했다. 정부 예산안은 9월2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정부 총지출 중 보건복지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달한다. 정부 총지출은 639조원으로 전년 대비 약 5% 증가한 수치다.
복지부는 △촘촘하고 두터운 사회안전망 구축 △복지 투자 혁신을 통한 복지·성장 선순환 △국민 생명·건강 보호 및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등을 기본 방향으로 정했다.
고득영 복지부 기획조정실장은 “정부의 예산 편성방향이 확장에서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됐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 재정규모는 예년보다 확대 편성했다. 재정지출을 줄이더라도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보다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윤 정부의 복지정책 방향을 예산안에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중위소득 5.47%↑… 2015년 이후 최대 폭 인상
내년도 복지사업 수급자 선정기준인 ‘기준 중위소득’이 4인 가구 기준으로 올해보다 5.47% 인상됐다. 이는 2015년 제도 도입 후 최대 폭의 인상이다. 이에 따라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는 4인 가구 월 소득 기준은 올해 154만원에서 내년 162만원으로 높아졌다.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재난적 의료비의 지원 대상 질환을 모든 질환으로 확대한다. 지원한도는 현행 연 30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연소득 대비 15%를 초과해야 지원했던 기준도 10% 초과로 조정했다. 재산 기준은 과표 5억4000만원 이하에서 7억원 이하로 상향했다. 단 미용·성형 등 비필수 의료비는 현행과 같이 지원을 제외한다.
[장애인] 연금·수당 인상… 이동권 지원 2245억원 편성
장애인 지원 관련 예산은 5조8000억원이 편성됐다.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장애인연금과 장애수당을 대폭 인상한다. 장애인연금은 월 30만8000원에서 32만2000원으로, 장애수당은 월 4만원에서 6만원으로 올린다.
장애인 일자리 2000개를 확충(총 29만5000개)하고, 개인의 근로능력에 따른 맞춤형 경제적 지원을 강화한다. 근로능력 취약 장애인에게만 지원하던 출퇴근 비용은 중위 50% 이하의 중증장애인으로 대상을 확대해 1만2000명이 신규 수혜를 받는다. 장애인 고용 사업주에 지원하는 고용장려금 단가도 월 30만~80만원에서 월 35만~90만원으로 올린다.
장애인의 일상·사회생활을 지원하고 가족의 돌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활동지원서비스 단가도 1만4805원에서 1만5570원으로 5.2% 인상한다. 대상자도 1만1000명을 확대해 11만8000명이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발달장애인의 낮 시간 활동을 월 125시간에서 154시간으로 늘려 긴급상황에서도 돌봄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발달장애인 긴급돌봄 시범사업’을 40개소 신규 도입한다. 장애인 개인예산제 단계적 도입을 추진해 서비스 간 칸막이 제거, 수요자의 선택권을 강화한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에도 2245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콜택시 이동지원센터 운영비를 지원하고 저상버스 4300대를 확충한다. 평생학습 도시를 15개소에서 53개소로 늘리고 스포츠강좌이용권 지원 인원을 1만4000명으로 확대한다. 자립지원 시범사업 대상자도 200명에서 400명으로, 추가 활동지원 제공시간은 월 60시간에서 80시간으로 늘린다.
장애 조기발견·개입 및 건강권 보장을 위한 인프라도 확충한다. 영유아 정밀검사비 지원대상을 건보 소득 하위 70%에서 80%로, 거점병원을 10개소에서 12개소로 늘린다. 장애인전담 음압병상도 14개 신규로 구축한다. 권역구강진료센터는 1개소 추가해 16개소가 된다.
[아동·청소년] 자립수당 40만원… 학대피해 국가지원 강화
아동·청소년 지원 예산은 전년 대비 500억 증가한 2100억원을 투입한다. 자립준비청년에게 시설보호 종료 후 5년간 지원하는 자립수당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하고,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연평균 15만원가량 지원한다.
학대피해아동의 보호·치유·회복에 대한 국가지원도 강화한다. 학대피해아동쉼터를 141개소에서 177개소로 늘리고 전담의료기관을 8개소에서 17개소로 확대한다. 방문형 가족회복 프로그램도 1000가정에서 1200가정으로 지원을 확대한다.
소득·주거 불안을 겪는 위기청소년 2000명에게 긴급 생활지원금 지원을 최대 월 55만원에서 65만원으로 인상한다.
만 18세 미만 희귀질환아동 의료비 본인부담금 전액지원의 소득기준을 중위 120%에서 130%로 확대해 2000만명이 더 수혜를 볼 전망이다.
[노인] 기초연금 인상… 맞춤돌봄서비스 확대
노인 지원을 위한 예산은 전년 대비 2조7000억원을 추가해 총 20조1000억원을 투입한다.우선 기초연금을 월 30만7500원에서 32만2000원으로 인상한다.
어르신들의 일자리도 사회서비스형 85000만개, 시장형 19만개로 확대한다. 고용장려금 지원 대상도 9000명에서 6만1000명으로 늘린다.
돌봄서비스도 확대한다. 취약계층 노인을 위한 맞춤돌봄서비스를 55만명으로 늘리고 요양시설 6000개소에 CCTV를 새롭게 설치한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지원대상도 각각 55만명, 30만명으로 확대한다.
[청년] 저출생 대책에 7.4조원 투입… 부모급여에 1.3조원
저출생 대책에 전년 대비 1조4000억원 늘어난 7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만 0~7세 아동에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에는 2조2564억원이 투입된다. 기저귀, 분유 바우처 지원수준도 8만원, 10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특히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부모급여’엔 1조3000억원이 편성됐다. 2023년부터 만 0세 아동에 월 70만원, 만 1세 아동에 월 35만원의 부모급여 지급한다. 이를 2024년에는 만 0세와 1세에게 각각 100만원, 50만원을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보육환경도 개선한다. 연장형 보육료 단가를 32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고, 연장보육 지원대상에 6만명을 추가 지원해 48만명의 맞벌이 가정 돌봄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또한 맞벌이 8만5000가구에게 아이돌봄 지원을 제공하고, 지원시간도 연 840시간에서 960시간으로 늘린다.
중장년 1인가구, 한부모가구, 가족돌봄 청년에 대해 가사지원, 병원동행 자녀 등·하원 및 교육지원 등 생활서비스를 새롭게 제공한다. 3만2000가구에게 월 20만원 가량 혜택이 돌아갈 예정이다.
일하는 부모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육아휴직 지원도 확대한다. 육아휴직을 제공하는 근로자·사업주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예산을 2000억원 늘려 총 2조1000억원을 지원한다. 육아휴직 대상은 12만8000명에서 13만2000만명으로 확대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를 9000명에서 1만9000명으로 늘린다.
출산 후 산모·영아에 대한 모자 건강관리 사업도 전년 대비 9억원 늘어난 97억원을 투입한다. 생애초기 건강관리 사업을 추진하는 보건소를 50개소에서 70개소로 늘린다. 난임·우울증 상담센터도 5개소에서 7개소로 확대한다.
아울러 한부모·다문화 가정에도 전년 대비 700억원 오른 5000억원을 편성한다. 한부모·청소년 한부모 양육비 지원 선정기준을 상향해 3만8000명 추가된 25만9000명에게 양육비를 추가 지원한다. 한부모는 월 20만원, 아이가 청소년일 경우 35만원을 지원한다. 다문화 가정의 경우 학령기 가정에게 심리·진로상담 및 학습 지원을 제공하는 가족센터를 확대한다.
줄어든 감염병 대응 예산… 2.4조원 감소
감염병 대응 예산은 전년 대비 2조4000억원 감소한 4조5000억원이 편성됐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전 예방을 위한 예산이 줄어들었다. △백신 1500만회분 추가 도입 및 의료기관 접종시행비 등 접종 뒷받침(9000억원) △5만4000건 신종 변이 바이러스 분석 및 근거 중심 방역 뒷받침(300억원) △백신·치료제 개발 R&D 및 전문인력 양성 등 지속 투자(2000억원) 등이 편성됐다.
방역 대응을 위한 예산은 전년과 동일하다. 감염 시 위중증 우려가 큰 60세 이상 고령자, 감염취약 시설 환자 등 고위험군 대상 선제적 유전자증폭(PCR) 검사 지원에 1조2000억원을 편성했다. 먹는 치료제 40만명분 추가 구매에 3000억원, 감염병 대응 통합관리를 위한 방역통합정보시스템 및 감염병 예측·분석을 위한 원헬스 위해정보시스템 등 구축에 200억원을 투입한다.
사후보상을 위한 예산도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상시 치료가 가능한 긴급치료병상을 1700개 신규 확보하고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5개소를 구축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 3000억원을 편성한다. 코로나19 확진 시 취약계층 등의 격리 부담 완화를 위해 생활지원·유급휴가비 지원에 1000억원을 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26일 출입기자단 대상 백브리핑에서 “지난해에는 델타 바이러스 특성상 병상을 많이 마련했다. 올해는 오미크론 중심 바이러스로 특성이 변함에 따라 재택치료 중심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며 1조5000억원 가량 투입됐던 예산이 크게 감축됐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예산 건축공사 완공 등으로 감액된 사업도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바이오헬스 R&D 사업에 1057억원 투입
디지털·바이오헬스 중심 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사업도 추진한다.
바이오헬스 R&D 사업에 1057억원을 편성한다. 감염병, 암 및 고부담·난치성 질환 등 보건안보 및 국가난제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다.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37억5000억원) △백신·치료제 신속 비임상시험 실증 개발(30억원) △암 생존자 맞춤형 헬스케어 기술개발(96억원) △이종장기 연구개발(60억원) △인공혈액 제조 및 실증 플랫폼 개발(16억원) 등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을 지원한다.
첨단 ICT기반의 차세대 암 전문 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해 70억원을 증액한 74억원을 편성했다. 복지부는 해당 사업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관리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양질의 데이터 생산 및 활용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가 R&D연계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밀의료 및 신약개발 지원으로 암 연구 혁신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다.
진료정보교류 의료기관을 1000개소 확대해 8500개소를 확충했다. 의료기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75억원) 및 원격협진 모형(3억원)에 대한 실증도 실시한다.
의료 마이데이터 플랫폼 사업 예산규모는 크게 줄었다. 141억원에서 97억원으로 44억원을 감액한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2022년 예산으로 시스템 구축 비용이 만료돼서 예산이 줄어든 것”이라며 “사업 규모가 줄어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