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정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재난의료지원팀(DMAT)의 늦장 출동, 응급환자 이송 체계, 응급상황 발생 시 보건복지부 장관 보고 체계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복지위 현안보고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지는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송구하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복지부 구성원 모두는 사고수습 위해 노력했고 (부상자 등이) 앞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끝까지 살피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30일 0시56분 공식보고 받아… 조규홍 “선조치 후보고 시스템”
이날 회의에선 재난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재난상황 발생 당시 장관 보고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조 장관이 참사 다음날인 30일 0시56분께 보고를 받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다. 조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전화 지시를 받은 것은 0시6분으로, 대통령 지시까지 모두 끝난 뒤에야 공식 보고를 받은 셈이다.
다만 조 장관은 응급의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참사 당시 가동 중이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것 없다는 반응이다.
조 장관은 “30일 0시56분에 보고를 받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보건당국의 응급의료대응체계는 22시38분부터 가동됐다”면서 “선조치 후보고를 강조했기 때문에 담당 과장이 매뉴얼대로 시스템이 돌아가는지 확인을 한 뒤 그 이후에 (보고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안에 따라 선조치 후보고가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는 것인데, 이런 국가적 재난 상황에선 최고 책임자에게 보고를 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되면 1분1초 단위로 지침을 내려야 하는 것이 맞지 않냐”라고 따져 물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도 “직접 보고를 받고 대응했어야 하는데 (보고를 받기까지) 2시간 격차가 있다”며 “지자체든 행정안전부든 어떤 라인을 이용해서라도 정보 유통이 빨리 이뤄졌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DMAT 자동 출동 시스템 도입 검토”
중앙응급의료 상황실과 소방당국의 소통이 긴밀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중앙의료센터가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앙응급의료 상황실은 10월29일 오후 10시38분에 119 구급상황센터로부터 이태원 참사 발생 정보를 수신해 재난 대응에 나섰다. 상황실은 10시45분경 서울대병원에 DMAT 출동 요청을 했다.
서울대병원 DMAT팀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예상보다 사고 규모가 훨씬 커 순차적으로 DMAT 파견 추가 요청을 했다. 이후 서울, 경기 전역에서 총 14개 병원, 15개 팀이 출동해 새벽 1시경 현장에 도착했다는 것이 강 의원의 설명이다.
DMAT은 다수 환자 발생 시 출동해 현장 의료를 지원하는 재난의료지원팀을 말한다. DMAT는 전국 41개 재난거점병원에 있는 의사, 간호사 또는 응급구조사, 행정요원 등 3∼4명으로 구성된다. 해당 권역 내 다수 사상자 사고 발생 시 10분 내에 출동이 가능하도록 상시 대기해야 한다.
강 의원은 “재난 컨트롤타워 간 소통이 제대로 됐는지 의문”이라며 “소방당국은 12시에 출동을 했다. 11시50분에는 이태원 참사가 국가적인 대형 재난이라고 파악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11개 DMAT팀에는 12시 넘어서 출동 요청을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중앙응급의료 상황실이 소방당국으로부터 적절한 상황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만약 소방당국이 보다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해 재난 대응 단계를 더 빨리 올렸다면 대응이 훨씬 빨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설치된 중앙응급상황실은 소방청 구급상황 관리센터로부터 상황 정보를 공유 받고 그쪽의 요청이 있을 경우 DMAT팀에 연락을 해 출동시키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구급상황센터에서 요청을 받아야 출동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자동 출동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현장 응급진료소와 DMAT팀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인력·장비 확충 등도 함께 검토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순천향대병원에 집중된 사상자… “매뉴얼 지켜졌나”
현장에서 가까운 순천향대서울병원에 사상자가 과도하게 집중된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사고 현장에서 순천향대병원이 가까이 있었는데, 거기엔 사망자만 보내고 20㎞ 떨어진 곳에는 부상자를 보냈다. 구할 수 있는 부상자가 사망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도 “사망자 14명, 심정지 환자 37명이 순천향대병원으로 이송됐다”면서 “매뉴얼에 따르면 생존 가능성이 높은 중환자 중심으로 이송하도록 돼 있는데, 이 매뉴얼이 지켜졌는지 의문”이라고 쏘아붙였다.
조 장관은 “순천향대병원에는 22시36분 최초 4명의 CPR 중환자가 도착했다. 순천향대병원 응급실, 병상 역량 등을 감안했을 때 최대치”라며 “76구의 시신이 순천향대병원에 몰려서 영안실과 복도를 가득 메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서 순천향병원에 중환자 응급치료에 차질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