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영유아기에 대한 공적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부모급여’를 내년부터 지급하고 가정과 어린이집에서의 영유아 보육서비스 질을 제고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13일 ‘2023~2027년 제4차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새 정부의 향후 5개년 보육서비스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이번 계획은 ‘영아기 종합적 양육 지원’과 ‘보육서비스의 질 제고’에 중점을 뒀다.
‘보육·양육서비스의 질적 도약으로 모든 영유아의 행복한 성장 뒷받침’이라는 비전 아래 발달시기별 최적의 국가지원을 위한 4개 전략, 16대 주요 과제가 담겼다.
0세 아동에 월 70만원… 영유아 양육지원 강화
내년부터 부모급여가 도입된다. 출산 후 첫 1~2년간 가정의 소득을 두텁게 보전하고 양육에 대한 부모의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2023년엔 0세 아동과 만 1세 영유아에게 각각 월 70만원, 35만원을 지급한다. 2024년엔 각각 월 100만원, 50만원으로 확대된다.
다만 보육료와 중복수혜는 불가능하다. 만 0세의 어린이집 이용 시 부모급여 금액에서 보육료를 차감한 금액을 부모에게 지급한다. 만 1세의 경우 부모급여 금액(월 35만원)이 보육료보다 적기 때문에 추가 지급은 되지 않는다.
육아휴직 급여는 별도로 지원한다. 홍승령 보육사업기획과장은 지난 12일 출입기자단 대상 브리핑에서 “육아휴직 급여는 소득대체율이 높지 않고 사각지대도 많다”면서 “부모급여는 보편적 급여로서 출산·양육 초기 소득을 튼튼하게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 별개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영아기 양육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대책도 세웠다. 시간제 보육, 아이돌봄서비스 등 양육지원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육아종합지원센터를 통한 각종 양육지원서비스 간 연계도 강화한다.
부모의 양육역량 강화 지원책도 내놨다. 가정에서 가까운 어린이집,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에서 맞춤형 양육정보를 제공하는 등 부모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역 내 거점 어린이집을 중점 양육지원 기관으로 육성하고, 쌍방향·맞춤형 양육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영유아 발달 지연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상담, 검사, 치료까지 연속적 지원을 위한 육아종합지원센터-의료기관 등 기관 관 연계체계도 마련한다.
어린이집 교사 비율 개선 등 보육서비스 질 제고
어린이집의 보육 서비스의 질을 제고한다. 우선 어린이집의 영유아 반당 교사 비율 개선을 검토할 계획이다. 놀이 중심 보육 실현과 영유아 발육 상태 등을 고려해 어린이집 적정 공간 규모와 구성을 개선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다만 구체적인 기준은 추후 결정할 방침이다. 이승현 보육기반과장은 “교사 한 사람당 영아 비율이 낮아지는 것이 개선 방향이 될 것 같다. 낮은 연령부터 시작할지, 취약 아동부터 시작할지 여러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체적 방안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도 내놨다. 장애영유아에 대한 보육서비스 제공 기관과 비담임 교사 인력을 지원할 계획이다.
어린이집의 평가제도도 바꾼다. 정부가 주도하는 일률적 평가에서 부모와 보육교직원이 참여하는 상호작용 및 보육과정 위주 평가로 전환한다. 평가와 컨설팅을 연계해 어린이집의 보육서비스 수준의 자율적 상향도 유도한다.
또 어린이집 보육교직원이 CCTV를 직접 열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아동학대 예방 등 아동에 대한 건강과 안전을 위한 관련 교육 이수 관리를 강화한다.
놀이중심 보육과정 내실화를 위해 표준보육과정에 대한 교사 교육을 의무화하고, 보육과정 전문 컨설턴트를 도입․양성하여 보육 현장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보육교사 자격취득 기준 강화… 처우 개선책도 마련
보육교사의 전문성을 향상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우선 보육교사 자격취득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는 일정 기준 이상 학점을 이수하면 보육교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이를 학과제 방식 중심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학과제 방식은 보육 교과목 운영 등 지표로 정부가 인정하는 교육기관의 학과 졸업자에 한해 보육교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함께 어린이집 원장의 자격 취득 기준과 보육교직원의 승급 기준도 정비한다.
보육교직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지원책도 내놨다. 보육교직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조례 제정 등 근거 마련을 권고한다. 또 ‘어린이집 윤리강령’, ‘보육교직원 권익보호 매뉴얼’을 마련해 보육교직원에 대한 권익 침해를 적극적으로 예방할 계획이다.
비담임 교사 인력 지원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보육교사의 적정 근무시간을 보장하고 보육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급여 지급수준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도 마련하여 합리적 수준의 급여가 지급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국공립어린이집 50%까지 확충
보육료 지원체계를 정비할 방침이다. 어린이집 규모, 유형 등에 따른 표준보육비용 산출 방식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영유아 인구 수 감소에 대응해 어린이집 운영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오는 2027년까지 공공보육이용률을 50% 이상으로 제고해 지역별 편차를 완화할 계획이다. 올해 기준 공공보육이용률은 37%다.
지역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보육서비스 취약지역 선정 지표를 개발해 해당 지역 어린이집 유지도 지원한다. 보육취약지역 지표는 영유아 인구 분포와 공급능력을 고려해 도보 이동 시간과 교통망 등 생활권 중심 접근성으로 판단한다.
복지부는 이같은 제4차 기본계획의 내실 있는 이행을 위해 복지부·지자체 간 보육정책 협의체를 구성할 방침이다. 정례적 정책 협의를 실시하고 △한국보육진흥원, 육아종합지원센터 등 공공 전달체계 기능 강화 △보육통합정보시스템 활용 빅데이터 플랫폼 고도화 △맞춤형 집중 홍보로 정책 효과성를 제고한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저출생이 장기화될수록 아이 한 명 한 명을 더 잘 키워내는 것이 중요한 만큼, 제4차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을 이정표로 삼아 향후 5년간 양육지원과 보육서비스의 질적 도약을 이루어내겠다”며 “앞으로 ‘제4차 중장기보육 기본계획’에 따른 세부 시행계획을 매년 수립해 포함된 과제들을 충실하게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금주 복지부 보육정책관은 “초저출생 현상이 지속되는 우리나라에선 영아기 국가적 책임과 투자 강화가 무엇보다 요청되는 시점”이라며 “부모급여 도입과 더불어 보다 많은 양육지원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