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칙, 오히려 좋아” 원격진료 플랫폼 제도화 잰걸음

“정부 규칙, 오히려 좋아” 원격진료 플랫폼 제도화 잰걸음

원격의료산업협의회 2차 정기총회
“산업계·소비자 의견 적극 수렴된 정책 필요해”

기사승인 2022-12-22 06:00:07
21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에이드에서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제2차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총회에 참석한 회원사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성주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격히 증가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 플랫폼 업체들이 사업을 공고히 하고 있다.

업계는 △광고 소재에 전문의약품 활용 중단 △이용자 개인정보보호 철저 △관계법령 위반 제휴 기관에 단호히 대응 △비대면 전문 병원, 배달 전문 약국 제휴 제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 준수 등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의 다섯가지 약속’을 발표하고 제도권 내 신사업으로 자리잡기를 서두르고 있다.

21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에이드에서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제2차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그간의 산업계 성과를 공유했다. 소비자 관점에서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비대면 진료 제도화 현황 및 산업계 정책 제안 등의 주제발표도 진행됐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13개 원격의료 플랫폼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 중인 업계 대표 협의체다. 스타트업 및 혁신기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에 조직됐다. 

총회에 참석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가치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얼마나 가치있는지 체감하기 어려운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혁신을 경험하게 됐다”며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산업계 모두가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 시민단체 컨슈머워치 곽은경 사무총장이 주제발표를 진행 중이다.

“정부, 기업 입장만 담긴 정책은 그만”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의료소비자의 수요에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비대면 진료는 현재까지 누적 3000만건 이상 이용됐으며, 의료공백 해소에 성공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특히 인터넷상에서 지역커뮤니티와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3040 워킹맘,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노인들의 수요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는 대면 진료를 원칙으로 한다. 원격진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 이와 달리 OECD 38개국 중 37개국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의료체계가 유사한 국가로 꼽히는 일본 역시 앞서 2020년 4월부터 원격의료를 초진 단계에서 전면 허용했다. 

정부에서는 원격의료를 상시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는 방침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다만 곽 사무총장은 비대면진료 관련 민관 협의체에 소비자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곽 사무총장은 “택시사업자를 위해서 타다가 금지됐고,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10년 동안 대형마트가 주말마다 문을 닫는다”며 “정책이 사업자와 정부의 관점에서 만들어져 소비자의 편의는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는 대면 진료를 할지 비대면 진료를 할지 자신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비대면 진료 협의체에 산업계와 소비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이 산업계 현황과 향후 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규칙, 산업계는 오히려 환영”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안전하고 신뢰도 높은 서비스를 위한 민관 소통을 강조했다.

장 회장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국정과제가 되면서 정부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지난해 원격의료산업협의회를 조직했을 당시와 현재 산업 환경과 소비자 인식을 비교하면,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체감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와 산업계의 협동 및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장 회장은 “원격의료 서비스는 플랫폼과 지역사회 약국 및 병원의 갈등이 아니다”라며 “개국을 하려는 젊은 약사가 ‘목 좋은 자리는 이미 선배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다’는 고충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원격의료 플랫폼이 동네 작은 약국과 병원에도 환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개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선제적인 규제와 규칙 제시를 산업계가 오히려 반긴다는 입장도 밝혔다. 장 회장은 “비대면 진료가 아무리 좋아도 안전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복지부에서 산업계와 소통하면서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을 마련한다면 공식적인 테두리 안에서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와 관리의 대상은 플랫폼 기업들만이 아니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장 회장은 “원격 진료와 비대면 처방은 플랫폼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약국과 의료기관에서 준수해야 할 규칙들도 있는데, 모든 제재와 관리가 플랫폼 서비스를 향하는 것은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약국에서 비대면진료 환자들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조제를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해, 보건복지부에 이 문제를 시정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부연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 다섯가지 약속 결의 

이날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회원사가 결의한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의 다섯가지 약속을 발표했다. 소비자 안전과 신뢰를 담보하기 위한 자율 규제 목표가 주를 이뤘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광고 소재에 전문의약품 활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특정 의약품을 연상할 수 있는 이미지, 사진, 단어를 활용하거나 직접 의약품명을 노출하는 등 전문의약품 광고로 오해받을 수 있는 광고 소재 활용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도 철저히 할 것을 약속했다. 개인정보 및 민간정보를 암호화 조치하고, 목적이 달성돼 이용이 끝난 데이터는 즉시 파기하는 등 개인정보보호 조치 의무를 준수해 이용자 권리를 보호한다는 목표다.

관계 법령을 위반한 제휴 기관에는 단호한 대응을 예고했다. 의료법과 약사법 등을 위반하는 기관과는 즉시 제휴를 해지해 비대면 진료 현장의 일탈을 근절한다는 것이다. 비대면 전문 병원이나 배달 전문 약국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불식시키고자 노력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의 ‘한시적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는 의지도 재차 다졌다. 가이드라인은 앞서 7월 보건복지부가 산업계와 의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한 것으로, △의료서비스 및 의약품 오남용 조장 금지 △호객행위 금지 △환자 및 의료인 개인정보 보호 등 플랫폼의 의무가 명시됐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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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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