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오는 4월 이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감염병 등급 조정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감염병 등급이 하향될 경우 마스크 해제 2단계 조치, 격리의무 해제 등 논의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7일 충북 청주시 본청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아직 전세계가 코로나19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올해는 비상단계를 끝내고 일상으로 전환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외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실내 마스크 해제 2단계와 확진자 격리 의무 해제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시점에 맞춰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WHO는 지난달 30일 PHEIC를 3개월 연장해 오는 4월 다시 논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미국은 오는 5월11일을 기점으로 공중보건 비상상태를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 청장은 “WHO 비상사태 해제 전 감염병 등급 조정이나 격리의무 해제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면서 “비상사태 해제 이후 코로나19 등급 조정이나 마스크 해제 2단계 등을 검토할 것이다. 미리 필요한 준비는 전문가들과 협의를 통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격리의무 해제의 경우 이미 무증상자에 한해 5일만 격리하는 일부 국가도 있다”며 “다만 증상 유무에 관계 없이 실제 바이러스는 7~8일 정도는 배출되기 때문에 조금 더 안전하게 하고자 7일로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경우 고위험군은 1년에 2회, 일반인은 1회 정도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 청장은 “향후 정기접종으로 간다면 고위험군은 1년에 2번 정도, 일반인은 1년에 1번 정도가 합리적”이라며 “결정은 전문가 논의를 통해서 이뤄진다. 올해 안 정기 예방접종을 추진할 수 있을지 논의를 시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비자면제 지역인 제주 지역에 한해 중국인 관광객 입국을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제주도만을 특정해 말하긴 어렵다”면서 “현재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세에 접어든 것이 확실한 것 같다. 현행 입국 전후 검사, 유전자 증폭(PCR) 검사와 검역정보사전입력시스템은 2월 말까지 유지하되, 단기비자 발급제한 조기 해제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지 청장은 그간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대응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코로나19 치명률과 사망률은 해외 국가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며, 이는 진단검사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진단은 코로나19 대응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진단이 늦어지면 격리도, 치료도 안 되며 사망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진단률이 높은 수준이다. 확진자가 많은 이유도 진단율이 높아서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안정화 된 만큼, 방역당국은 다음 전염병 대유행(펜데믹) 준비에도 착수했다. 특히 백신, 치료제 개발에 힘쓸 계획이다. 지 청장은 “G7(주요 7개국)에서 향후 새 감염병 발생 시 100일 이내 백신, 치료제, 진단제를 개발하겠다고 약속한 것처럼 한국도 G10 정도 역량을 가진 국가로서 개발에 속도 내기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민관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중심으로 범부처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 역량 강화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메르스 유행 이후 의료·방역 대응을 그 수준에 맞춰 준비했기 때문에 코로나19 초기에 다소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오미크론 유행 당시 가장 환자가 많았던 시기가 62만명인데, 그 이상 환자가 발생해도 대응할 수 있는 의료방역 역량을 만들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충하려 한다. 또 현재 긴급치료 병상이 700개 정도인데, 2027년까지 2900병상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신종 감염병 대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 청장은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 대응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무엇을 염려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여론조사도 실시하고, 앞으로 여러 전문가와 관계부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서 충실한 내용의 전략을 만들겠다”고 했다.
일상적 감염병 대비에도 힘쓸 계획이다. 영유아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오는 3월부터 국가예방접종 항목에 포함돼 무료로 접종 받을 수 있다. 로타바이러스는 급성 설사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심한 경우 탈수로 인해 입원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질환이다. 이제까지 로타 백신은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되지 않아 약 20~30만원 접종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지 청장은 “3월부터 로타 백신이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돼 생후 2~6개월 영유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이 시작된다”며 “비용부담 등으로 망설였던 분들도 접종에 더 많이 참여해, 우리 아이들의 건강이 더 두텁게 보호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질병청은 국가필수 백신접종을 확대를 통해 전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 일상적 감염병 관리에도 더욱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지 청장 취임 이후 첫 번째 기자 간담회인 만큼 취임 소회도 밝혔다. 그는 “정은경 초대 청장은 코로나19의 엄청난 파고 속에서 자신을 희생하면서 국민을 위해 헌신했다. 2대 백경란 청장도 새 정부 방역의 기틀을 잡고, 감염내과학의 대가로서 전문성 제고에 노력했다”면서 “국민들이 주신 신뢰를 앞으로도 지속시킬 수 있도록 저도 더욱 노력하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