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다년간 시세 보다 비싸게 임대주택을 매입해 혈세 낭비가 지적됐다.
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LH는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주택 2만6188호를 매입했다. 매입 금액은 5조8038억원으로 평균 호당 가격은 2억4000만원이다.
연도별 매입임대 현황을 보면 LH는 △2016년 3700억원(2318호) △2017년 5165억원(2952호) △2018년 1조45억원(4866호) △2019년 2조1691억(9214호) △2020년 1조7438억(6838호)을 썼다.
경실련은 “5년 동안 매입임대 주택 매입금액은 5배가량 증가했고 주택 매입호수는 3배 증가했다”며 “매입금액보다 매입호수가 적은 이유는 호당 가격이 1억6000만원에서 최대 2억8000만원까지 상승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간 집값이 역대급으로 가파르게 상승했음을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라며 “집값 폭등 시기에 LH가 매입임대를 급격히 늘린 것은 그 자체로 잘못된 매입이자 혈세 낭비”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또 “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지역에서 벌어진 LH의 무분별한 주택매입은 집값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매입금액이 가장 큰 건은 서울 강동구 성내동 도시생활형 주택으로 149호 건물을 통으로 매입했다. 금액은 615억 원이었다.
다음으로 △수원시 정자동 아파트 443억원(153호) △수원시 금곡동 오피스텔 419억원(180호) △서울 강남구 세 곡동 오피스텔 343억원(84호)가 뒤를 이었다.
LH가 100억원 이상을 들여 매입한 사례는 83건 5556호였다. 매입비용은 1조4578억원이다.
매입임대 주택 중 전용면적 1㎡당 가격이 가장 비싼 주택은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다세대로 1831만원이었다. 1㎡당 가격 상위 10개 주택은 모두 서울에 위치하고 있으며 7개는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 위치하고 있다.
경실련은 △매입임대주택을 건설원가 수준으로 매입하도록 매입가격 기준을 개선할 것 △매입임대주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 △감사원은 매입임대 주택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진행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LH 측은 “건설형 공공주택은 대규모 택지개발을 전제해 신속한 주택공급이 어렵고, 서울 등 수도권에는 개발 가능한 토지 확보에도 한계가 있다”라며 "직주근접 등 도심 내 신속한 주택공급을 위해 매입임대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3기신도시 등 공공주택지구는 관련 법령에 따라 분양·임대 등 전체 주택건설 호수 50% 이상을 LH가 직접 시행,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H는 또 “다양한 수요 충족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공공뿐만 아니라 적정 수준의 민간 주택공급 역시 필요하다”라며 “택지매각 중단 시 민간주택 공급 축소와 주택 다양성 훼손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매각을 중단하면 사업비 증가에 따른 부채급증과 유동성위기로 공사 재무상태가 악화해 장기적인 측면에서 공공주택 공급 여력이 오히려 축소되고 국가 재정부담 역시 가중된다”고 말했다.
LH는 공공택지 매각으로 발생한 수익을 △정부 배당금 납부 △임대운영손실 보전 및 신규 공공주택 투자재원 등에 쓴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택정책에 따라 사업 물량을 정하고 있으며 무주택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양질의 공공임대 주택을 매년 확대하고 있다”며 “집값이 급등하는 시기에는 무주택 국민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등 주거불안이 가중되는 만큼 공공부문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로 양질 공공주택을 보다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LH는 이밖에 매입임대 주택매입 가격을 건설원가 수준으로 개선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LH는 “도심 내 취약계층에게 신축주택 공급확대라는 정책 방향에 맞춰 입주 수요가 많은 지역에 양질의 신축주택 매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시장가격을 반영하지 않은 채 건설원가 수준의 주택매입을 고수한다면 시장에서 주택 매도인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고품질의 주택 역시 확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매입임대 사업 특성 상 저렴한 구축주택을 매입하면 매입실적은 쉽게 제고될 수 있으나 입주자가 외면해 공실이 발생할 우려가 높고 주택 노후화 가속으로 향후 관리비 및 수선유지비 급등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