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베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회장이 은행 파산 직전 본인 지분을 대량 처분한 사실이 밝혀져 그 내막이 관심을 모은다. 파산 원인인 자본조달 계획을 미리 알고 사전에 손을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돈다.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간) 베커 회장이 지난달 27일 모회사 ‘SVB파이낸셜’ 주식 1만2451주(약 360만달러·47억6000만원)를 매각했다고 SVB 공시를 인용, 보도했다.
베커 회장은 매각 하루 전날, 계획을 금융당국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생 기술기업 전문은행인 SVB는 지난 8일 스타트업 예금이 줄자 미국 국채로 구성된 매도가능증권(AFS)을 매각했고, 18억 달러 규모 손실을 입었다.
은행은 손실을 보전하려고 20억 달러 이상 주식을 발행해 자본을 조달한다는 서한을 주주에게 보냈다. 그러자 주가가 휘청거렸다.
주요 벤처캐피탈이 예금주에게 자금 인출을 부추기면서 사태는 더 악화했다. 주가는 지난 9일(현지시간) 하루만 60% 이상 폭락했다. 그러자 금융당국이 은행 폐쇄를 선언했고, 파산에 이르렀다.
관건은 베커 CEO가 은행 자본 조달 계획을 알고 있었느냐다. 이 경우 은행이 파산할 걸 알고 미리 주식을 팔아 위험을 감수하려 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베커 회장과 은행 측은 이러한 의혹에 답변하지 않은 걸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지분 매각 자체로만 보면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기업 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유가증권을 사고파는 행위를 막기 위한 장치가 존재하고 베커 회장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고 봤다.
미국 증권시장엔 임직원이 지분을 매각할 때 미리 정한 날짜에 거래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다만 그가 지분 매각 계획을 보고하는 시점과 실제 거래 시점이 짧은 점을 노렸다는 의심도 배제하기 어렵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댄 테일러 교수도 “베커가 1월 26일 매각 계획을 알렸을 때 SVB가 자본 조달 계획을 논의하고 있었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가 전해지자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최근 임직원이 지분을 매각하기 최소 3개월 전에 보고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새 규정은 내달 1일부터 적용된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