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옛 농림축산검역본부 부지 10년 넘게 방치

안양시 옛 농림축산검역본부 부지 10년 넘게 방치

시청사 이전 공약에 "임시 활용방안 마련해야" 지적도
"용역만 남발하면서 예산낭비" 비판도 나와

기사승인 2023-03-22 16:35:19
안양시 만안구 안양6동에 위치한 옛 농림축산검역본부 모습. 2016년 경북 김천으로 이전했다.

경기 안양시가 지난 2010년 매입 계약을 했던 만안구 옛 농림축산검역본부(검역본부) 부지가 10년 넘게 사실상 방치되면서 활용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대호 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이곳으로 시청사 이전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전제 조건인 현 시청 부지에 대기업 등 글로벌 기업 유치가 경기침체 등으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최 시장 임기 내에 첫 삽도 뜨기 어려울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시청사 이전이 기업유치, 행정절차 등 오랜 기간이 필요한 만큼 검역본부 부지를 계속 방치할 것이 아니라 체육시설, 공영주차장 조성 등으로 임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시가 2012년부터 총 네 차례에 걸쳐 검역본부 개발방향에 대한 각종 외부용역을 남발하면서 예산낭비만 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그럼에도 최 시장은 “(시청사 이전은) 인구감소 등 정체 위기에 봉착한 안양시 미래발전 100년을 위한 결단”이라며 현재로서는 기업 유치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이다.

첫 용역 뒤 10년 넘게 활용방안 확정 못한 채 사실상 방치
시청사 이전사업에 앞서 임시 활용방안 요구

만안구 안양6동에 위치한 옛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부지면적 5만6309㎡(1만7000여평)에 27개동 건물이 들어서 있다.

지난 2004년 4월 시행된 정부의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공공기관들이 줄줄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검역본부도 경북 김천으로의 이전이 확정됐다. 안양시는 2010년 12월 국토해양부로부터 1292억 원에 부지를 매입하기로 계약했다.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최대호 시장은 취임 뒤 “안양시 재정여건 상 매입은 어렵다”고 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등 매입과정에 부침도 겪었다.

안양시는 2012년 1억2400만원을 들여 외부 용역기관에 ‘검역본부 부지 활용방안 타당성 및 기본계획’을 의뢰했고, 용역결과 관공서와 민간 상업시설 등이 혼재된 관상복합타워 조성으로 보고됐다.

1차 용역 이후 한류문화타운 조성, 공원 및 주민편의시설, 대규모 공연장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면서 개발방향을 잡지 못한 채 갈팡질팡했다.

2017년 ‘2차 사업화방안 마련 용역’이 다시 발주됐으나 중복투자 방지를 이유로 중단(타절)됐고, 이후 경기도시공사가 3억7000여만 원을 들여 발주한 사업화방안 용역 결과는 공공시설과 기업비즈니스 업무 기능을 도입한 ‘복합용지 조성’으로 결론났다.

같은 해 12월, 당시 이필운 시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체 면적의 절반은 만안구청과 노인종합복지관 건립 등 공공편익시설로, 나머지는 첨단지식산업클러스터 등 복합개발용지로 조성하는 개발방안을 발표했다.

이듬해 1억700만원을 들여 행정절차 추진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수립 용역도 진행됐다. 하지만 그해 지방선거에서 최대호 시장이 당선되면서 검역본부 개발사업은 재검토 과정을 거치며 다시 외부 용역이 발주되는 등 원점으로 회귀했다.

최초 용역 포함 모두 4차례나 각종 용역만 남발한 채 10년 넘도록 개발방향을 잡지 못하던 검역본부는 지난해 최 시장이 시청사 이전을 공약하면서 활용방안이 확정됐다.

당시 최 시장은 현 시청사 부지에 대기업 유치 등 동안구를 4차산업 경제거점으로, 만안구는 행정복합타운으로 조성한다는 안양 미래발전 구상을 밝혔다.

안양시청사. 최대호 시장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시청사를 만안구로 이전하고, 남은 부지를 4차산업 경제거점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시청사 이전 공약 얼마나 진행되고 있나

최 시장은 지난해 7월 취임 뒤 곧바로 민간 전문가, 시민대표 등으로 구성된 ‘안양 동반성장추진위원회’를 출범하면서 시청사 이전을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지난달 신성장산업 유치를 위한 기본구상 용역을 발주했고, 내달 18일에는 ‘시청사 부지 전략적 활용방안’을 주제로 시민과 기업인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열어 기업유치를 통한 차세대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구상을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구한다는 방침이다.

시청사 이전의 전제 조건인 기업유치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문제는 시간과 외부 여건이다.

현 시청사(의회 포함) 전체 부지면적은 6만736㎡(1만8400평). 개발방식에 따라 사업비 산출이 달라지지만 단순히 시청사 부지를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땅값만 최소 6000억원 이상, 건축비 포함 1조원이 훌쩍 넘는 사업이라 기업들이 선뜻 나서기에는 현재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역본부에 체육시설이나 공영주차장 조성 등 주민들을 위한 임시 활용방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경우 건물철거 등에 시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예산낭비는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검역본부 건물 철거비용에 최소 6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시청사 이전 때 공사비용 산출에서 (철거비용을) 제외하면 된다”고 말해 예산낭비는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주차장과 임시 체육시설 등을 설치해 시민들이 활용하면 오히려 다른 면에서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최 시장은 “안양시 전체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시청사 만안구 이전이 필요하다”면서도 이전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임시활용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신중히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청사 이전 자체에 부정적 시각도 있다. 시의회 음경택 의원은 “시민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정치적 논리로 일방 추진되는 시청사 이전은 오히려 지역 간 갈등과 논란만 부추길 것”이라며 “상징적 의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만안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안양=김태영 기자 ktynews@kukinews.com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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