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환자가 차량에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자, 국회와 정부가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5일 국회에서 열린 ‘소아·응급·비대면 의료 대책’ 당·정 협의회에서 “최근 국민의 생명을 구하지 못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외상 환자가 응급의료기관에 적시 이송되지 못해 사망한 사건”이라며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조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에서 10대 청소년이 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을 헤매다 응급치료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환자는 지난달 19일 4층 높이 건물에서 떨어져 머리와 발목에 큰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가 환자를 구급차에 태워 병원 4곳을 전전했지만,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결국 심정지 상태로 사망했다.
정부는 응급의료체계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응급환자 이송 및 진료 역량 제고를 위해 정부가 발표한 대책을 점검하고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제도적 개선 방안도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응급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보장돼야 진정한 의료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보고 소아 의료 체계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대구의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은 안이한 대처가 빚은 인재다. 안타깝고 참담한 사건”이라며 “관련 의료기관들은 이번 사건을 수치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대한민국 의료계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배우 각성하고 반드시 고쳐 나가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남이 아니라 내 가족을 살린다는 각오로 사명감을 다시 한 번 새기면서 도대체 왜 그런 현상들이 일어났는지 점검하고 책임지고 근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의료계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 이행을 현장 방문 등을 통해 끝까지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 예산 법령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응급의료를 비롯한 소아의료 체계를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이 직접 아이들 건강을 챙기는 건 국가의 책무라며 붕괴 위기에 직면한 소아·청소년 의료체계를 정부 차원에서 재정비하겠다고 말씀했다”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확보하고 안심하고 진료 받을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로드맵이 절실하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이 자리에선 비대면 진료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다. 현재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코로나19 국면에서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할 경우 비대면 진료를 시행할 법적 근거가 사라지면서 불법이 된다.
조 장관은 “비대면 진료를 통해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도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었고 전국 의료기관 중 6.6%에 해당되는 2만5697개 의료기관이 비대면 진료에 참여한 바 있다”며 “정부는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일부 우려에 대해서는 보완 방안을 마련해 비대면 진료가 조속히 제도화되도록 의료법 개정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국회 역시 비대면 진료가 의료 취약지역인 도서·산간 주민의 불편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주 원내대표는 “비대면 진료는 외출이 쉽지 않은 영유아 보육 가정이나 직장인, 도서 지역과 같은 의료 취약지 주민들에게 큰 편의를 제공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가 중단되면 당장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느낄 텐데 의료법이 개정되기 전이라도 보건의료기본법 아래 시범사업을 통해서 제한적으로라도 비대면 진료를 이어갈 방안은 없는지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