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국내 첫 ‘성차의학연구소’ 열어
분당서울대병원(원장 송정한)은 지난 5일 성차의학연구소 개소식 및 기념 학술 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초대 연구소장은 성차의학 분야의 선구자로서 세계 최초로 소화기분야 성차의학 교과서를 국제 출판사 ‘스프링거(Springer)’에 발간한 바 있는 김나영 소화기내과 교수가 맡는다.
성차의학(sex/gender specific medicine)은 건강과 질병에 대한 남녀 간의 차이를 생물학적 성별과 사회적 성별 등 다양한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로, 성별과 젠더특성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보다 적합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학을 발전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현대 의학에서 많은 연구가 성별의 차이를 간과한 채 이뤄지며 발전해온 가운데, 최근 미래 의료의 한 축인 맞춤 의학, 정밀 의학 등의 분야에서 성차에 대한 보다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서구권은 이미 2010년대부터 미국의 스탠포드(Stanford) 대학이나 메이요 클리닉(Mayo-clinic), 독일 샤리테(Charite) 병원 등 세계 유수 기관에서 성차의학연구소 설립에 나서는 등 이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 주목받고 있으며, 국내에서 성차의학연구소가 세워진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김나영 소장은 “성차의학은 여성만을 위한 분야가 아니라 편향성을 극복해 남녀가 각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며 “각 임상영역의 연구 전 과정에서 성차를 적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환자 맞춤의 정밀 의료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학술 발전을 위한 자체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선도 기관들과의 공동 연구, 기초과학, 인문사회 분야와의 융합 연구를 통해 성차의 근원을 풀어나간다면 궁극적으로 의학 전반이 더욱 발전해나가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D 프린팅으로 활차 임플란트 제작 성공… 사시 환자에 도움
신현진 건국대병원 안과 교수팀이 환자 맞춤형 수술 3D 프린팅 전문기업 애니메디솔루션(대표 김국배)와 마이크로-CT(Computed Tomography)데이터를 기반으로 상사근 활차(trochlea of superior oblique muscle)의 표준 모델을 구현, 3D 프린팅으로 활차 임플란트 시제품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눈은 외안근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움직인다. 외안근 중 상사근은 눈을 회전시키며 아래쪽으로 움직이게 하는 근육이다. 활차는 눈을 둘러싸고 있는 뼈인 안와(Orbit)의 내측 상벽에 위치한 비대칭 원통형의 연골 조직으로, 상사근 힘줄(SOM tendon)이 지나가는 통로다. 상사근 활차에 손상이 생기면 상사근의 움직임이 제한되면서 복시, 안구운동장애, 이상두위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에는 활차에 손상이 생기면, 활차의 복잡한 위치와 구조로 활차 자체보다는 활차를 통과하는 상사근 힘줄 수술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현진 건국대병원 교수팀은 애니메디솔루션과 공동 연구를 통해 표준화된 활차 모델을 설계하고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해 활차 임플란트 시제품을 제작, 향후 ‘활차 대체술’이라는 새로운 수술적 개념으로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사체에서 추출한 활차 조직을 매우 작은 조직의 내부 구조를 고해상도로 정확히 스캔할 수 있는 마이크로-CT를 통해 촬영했다. 이미지 데이터에서 해부학적 구조 정보를 추출해 소프트웨어를 통해 3차원 형상으로 모델링했다. 최종적으로는 해당 표준 모델을 기반으로 활차 조직을 대체할 수 있는 활차 임플란트를 설계했고, 검증을 위해 3D 프린터로 제작해, 이를 사체에 적용했다.
신 교수는 “마이크로-CT 및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해 표준화된 활차 모델을 구현함으로써, 기존에는 정확히 알기 어려웠던 활차의 3차원적 구조 정보를 정량적으로 도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생체 적합성 재료를 활용한 3D 프린팅 기술이 개발된다면, 머지않아 환자 맞춤형 활자 임플란트 제작 및 실제 적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 기술은 활차 손상으로 고통 받는 사시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SCI급 국제 학술지인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Advanced Manufacturing Technology’의 2023년 3월호에 게재됐다.
최영득 연세암병원 교수, 비뇨기암 로봇수술 6000례 돌파
최영득 연세암병원 비뇨기암센터 교수가 최근 비뇨기암 로봇수술 6000례를 달성했다.
최 교수는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최 씨(74세)에게 이달 초 로봇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비뇨기암 로봇수술 6000례를 달성했다. 환자는 특별한 부작용 없이 수술 이틀 뒤 퇴원했다.
전립선이 골반 안쪽에 있어 수술이 힘들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로봇수술을 많이 이용한다. 로봇팔을 이용해 수술하기에 절개 부위가 약 8mm 정도로 작아 통증과 출혈을 줄일 수 있어 환자 회복을 앞당기고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특수 카메라로 암 부위를 확대해 볼 수 있어 골반 뒤에 있는 전립선 부위 수술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수술 후 2~3일이면 퇴원할 수 있고, 흉터도 적어 미용 만족도가 높다.
최 교수는 암 병기와 형태 등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형 술기를 개발했다. 대부분의 전립선암 로봇수술은 복강(배 안)으로 로봇팔을 삽입해 수술한다. 그러나 이 경우 다른 장기가 다칠 위험이 있다. 이에 최 교수는 복막 외 접근법이라는 안전한 수술법을 사용하고 있다. 복부를 통하지 않는 방법으로 배꼽 아래에서 방광 위 공간에 로봇팔을 넣어 수술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개발한 20여 종류의 환자 맞춤형 로봇 전립선 적출술로 수술 환자의 생존 기간도 늘렸다. 최근에는 암 조직을 제거하면서 요도조직과 성 신경은 최대한 남기는 ‘요도-신경-혈관 보존 로봇 적출술’을 개발했다.
최 교수는 “환자마다 종양 형태 등이 제각기 다르지만 로봇수술로 치료 효과를 최대한 높일 수 있다”면서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환자를 더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술기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리디스크 치료에 활용되는 한방 약침 효과 입증”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소장 하인혁)는 이상국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신바로2의 허리디스크 치료 기전을 규명하고 운동능력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SCI(E)급 국제학술지 ‘신경학최신연구(Frontiers in Neurology, IF=4.086)’ 3월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허리디스크 상태를 유도하기 위해 쥐 꼬리의 디스크에서 분리한 자가수핵을 쥐의 요추 5번 신경근과 가까운 부위에 이식했다. 이어 쥐 그룹을 △정상 집단 △허리디스크 유도 집단 △신바로2 근육투여 집단(2, 10, 20mg/kg) △신바로2 구강투여 집단(20, 200mg/kg) 등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산화 스트레스와 관련된 신호전달물질인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와 인터루킨-베타(IL-1β)의 발현을 분석했다. 산화 스트레스는 활성산소가 체내에 과도하게 누적돼 산화 균형이 무너진 상태를 말하며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 이는 노화와 더불어 근골격계 질환, 신경 손상, 대사증후군 등의 원인이 된다.
실험 결과 허리디스크 유도 후 증가했던 TNF-α와 IL-1β는 신바로2 투여에 의해 발현량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근육투여 집단과 경구투여 집단 모두 신바로2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발현량이 더욱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킴으로써 허리 통증의 원인인 염증을 해소하는 신바로2 의 치료기전이 입증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뿐만 아니라 연구팀은 신바로2가 디스크 퇴행 관련 인자의 발현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신바로2를 투여한 집단의 ADAMTS-5의 증감을 살펴본 결과 허리디스크 유도에 의해 증가했다가 신바로2에 농도의존적으로 감소됐다. ADAMTS-5는 연골을 파괴하는 효소로 디스크 퇴행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신바로2는 동물 행동실험에서도 운동능력 개선 효과를 보였다. 쥐가 쳇바퀴를 돌게 한 뒤 움직임을 관찰하는 검사를 진행한 결과 신바로2를 근육 및 구강 투여한 지 10일 차부터 뒷발 사용량이 유의미하게 늘어났다. 또한 신바로2를 투여한 농도가 높을수록 운동기능이 더욱 크게 개선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홍진영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신바로2의 허리디스크 치료 기전을 최초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허리디스크 치료에 있어 천연물 유래 한방치료가 스테로이드와 같은 화학성 약물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합척추골반각 고려, ‘근위분절후만증’ 발생률 낮출 수 있다”
경희의료원 정형외과 척추팀(이정희·이기영 교수 등)은 유합척추골반각이 성인척추변형 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근위분절후만증 발생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수술적 기준이 될 수 있음을 확인, 연구결과를 척추분야 SCI급 국제학술지인 척추학회지(Spine Journal)에 발표했다.
장분절고정술을 시행받은 환자 190명(평균연령 71.6세, 추적관찰기간 2년)을 근위분절후방증 발생여부에 따라 그룹화한 후 비교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환자의 자세와 무관하게 ‘유합척추골반각’은 방사선학적으로 변하지 않는 인자이며 근위분절후만증 발생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유합척추골반각의 감소는 근위분절후만증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희 경희의료원 정형외과 교수는 “일부 연구에서는 최상위 척추체(UIV) 배향을 근위분절후만증의 위험인자로 손꼽고 있지만 환자의 자세에 따라 변하다보니 여러 논란이 있다. 이에 새로운 매개변수인 유합척추골반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성인척추변형 수술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패러다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