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소년의 미디어 의존성이 커지면서 가정은 물론, 사회에서 우려가 깊다. 전문가들은 미디어 노출을 피할 수 없다면 건강한 온라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 정책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127만6789명 중 23만634명(18.1%)이 인터넷,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했다. 과의존 위험군은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장애를 겪고 금단 현상을 보여 전문기관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자기조절에 어려움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경우를 의미한다.
인터넷,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진단된 청소년을 학년별로 보면, 중학생이 9만73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등학생 7만4777명, 초등학생 6만5127명 순이다. 중학생의 경우 지난해보다 4388명 늘었다. 초등학생의 과의존 위험군 수는 올해 6135명 줄었지만, 조사 참여 인원이 감소해 비율은 16.0%에서 16.3%로 증가했다. 또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남자 청소년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높았고, 고등학교는 여자 청소년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과 ‘요즘 세대 부모’라는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평가했다.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시기 동안 야외활동이 어려웠던 청소년에게 스마트폰, 인터넷 등 미디어는 유일한 낙이었다. 오히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 시기에는 청소년 미디어 사용을 장려하기도 했다”라며 “요즘 부모들도 스마트폰 등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해 저연령 청소년에서도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최향녕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도 “20대~40대 부모들이 스마트폰에 익숙해 아이들이 사용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크게 없다. 세대적 요소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저연령층 청소년이 미디어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생기는 악영향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지목된다. 김성구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최근 진행한 연구 결과, 2세 이전에 미디어를 시청한 경우 사회성 발달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았다. 장기적으로는 게임·도박·폭력 중독,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같은 정신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최 교수는 “스마트폰이 발전한 지 10년이 채 안 된 상황에서 향후 아이들이 미디어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알 수 없다. 사회적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며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거북목 등 정형외과적 문제, 안구건조증이나 사시, 언어 및 사회성 발달 지연 등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는 발달 지연, 자폐 증상이 있는 아이가 진료를 보러 오면 몇 살 때부터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됐는지를 물어본다. 그만큼 아이 성장 발달과 미디어 노출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실제로 언어 발달 지연이 있던 아이가 미디어 노출을 줄이고 부모와의 대화, 친구들과의 만남 자리를 늘리자 증상이 급속도로 개선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녀의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체계화된 교육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교수는 “미디어 매체 사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부모의 시각이 오히려 아이들을 중독으로 이끌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피할 수 없다면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건강한 온라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매체에 따른 상황별 예절 교육 등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정책적으로는 디지털 미디어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외부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부모가 편하게 아이를 데리고 나가 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부모는 자녀가 스마트폰 등을 과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 관련 캠페인, 교육 플랫폼 등을 적극 찾아보는 것이 좋다. 통신사에서 주관하는 어린이 미디어 교육 플랫폼도 참고할 수 있다”고 권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