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 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전북 정치지형이 내년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크게 요동치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 지역구가 현재와 같이 10석이 지켜낼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또 5명인 전북 재선그룹의 성적표에 따라 큰 변화가 올 수 있고,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도민들의 지지와 소속 의원들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는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을 8월 말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인 가운데 양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정개특위 간사로 이뤄진 ‘2+2 협의체’를 발족해 속도를 내고 있으나 비례대표 확대 문제가 변수다. 국회 300석 의원정수를 유지하면서 비례 대표를 늘리자면 지역구 의석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인구가 적은 전북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전북 국회의원 의석수가 8석까지 줄어들 수 있다.
민주당 4명과 국민의힘 1명의 재선 그룹 5명 의원 중 몇 명이 공천을 받고 몇 명이 총선에서 살아남아 현재의 초·재선 중심의 정치판을 재편할지도 관심이다. 여기에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을 비롯해 이춘석 전 국회사무총장, 유성엽 전 의원 등 3선 이상 중진그룹이 정치 재기를 꾀하고 있어 그들의 도전도 주목된다.
전북 정치지형 변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민심의 추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대선 득표율은 전북 14.4%, 광주 12.72%, 전남 11.44%로 모두 10%를 넘겼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와의 표차가 0.73%임을 고려하면 호남의 득표가 신승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는 김경민 후보는 8%를 득표하며 출마 후보 6명중 5위라는 참패를 당해 정운천 전북도당 위원장이 책임지고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 호남의 유일한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인 이용호 의원이 남원·순창·임실 당협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이 의원은 ‘새로운 정치여정을 시작하며’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저는 지금부터 새로운 정치적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과거 큰 정치를 위해 따뜻한 둥지를 떠나는 결단을 내렸던 선배 정치인들이 남긴 발자취를 보면서 저 또한 용기를 냈습니다. 아울러 정치인으로서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위해, 또 제가 지지하고 선택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제가 할 역할에 대한 고뇌도 함께 담아 내린 결정입니다”라고 밝혔다.
이 위원은 “남원·임실·순창이 인구 하한선에 미달해 선거구 변화가 불가피한 이 때가 새로운 결단을 내릴 계기라는 생각에 당협위원장직을 사퇴했다”며 “당협위원장직을 내려놓더라도 남원·임실·순창 국회의원으로서 책무는 끝까지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제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만인의총 역사교과서 등재로 현재 진행 단계이며,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만인의총과 남원성 전투의 역사교과서 등재는 과거 호남의 어느 정치인도 해내지 못한 일로 남원은 물론 호남 역사에 새 획을 긋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남 유일의 여당의원으로 이용호 의원은 “남원 유소년스포츠컴플렉스·옻칠목공예전시관, 임실 명견테마랜드, 순창 전통장류 실증단지구축 등 지역구 숙원 사업들도 확실하게 해결했다”며 “새만금 글로벌 푸드허브 조성, 무주 국제태권도사관학교 설립, 새만금 지역 간 연결도로 건설, 2023년 세계잼버리 지원 등에 앞장서는 등 제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자평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민의힘으로 직접 스카우트했다. 윤 대통령은 이 의원을 부둥켜안고 ‘천군만마’라고 표현했다. 이 의원은 당시 민주당에서도 입당 제의를 받았으나, 지역구를 둘러싸고 정치적 역학 관계가 순탄하지 않아 긴 장고 끝에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이 의원은 인수위원회에서 활약하며 윤석열 정부 출범의 기반을 닦았고,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해 예상 밖 선전을 펼쳤다.
하지만 전북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이 의원의 총선 경쟁력에 대해 “민주당 텃밭인 민주당에서 무소속 후보로 재선 의원으로 당선될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서는 지역 민심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조강특위의 사고당협위원회 위원장 공모에 서울 마포갑 당협위원장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지역구 전체에서 민주당이 당선되고 오직 한 곳만이 무소속이 당선 될 정도의 저력이 있는 이 의원이 정든 지역구를 떠나는 이유가 과연 ‘큰 정치의 결단’만일지 주변 많은 이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원인은 양분화 된 한국정치에서 찾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정치는 ‘호남은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이 고착되면서 지역 갈등이라는 망국병이 되어가고 있다. 사실 영남 지역은 민주당의 표가 어느 정도 나와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출직에 당선된 사례가 많았지만 호남은 국민의힘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어느 정치인이든 고뇌하지 않을 수 없다.
전북도민은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 공약과 선심을 내세우고 약속은 지키지 않는다고 성토한다. 그러나 나라가 ‘양분 프레임’으로 고착화 되면서 속된 말로 투표에서도, 약속 챙기기에서도 ‘우리 편만 보는 정치’가 나타나는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특정 지역의 법안이나 이슈를, 야당인 민주당은 격전지인 수도권 위주로 정책을 챙긴다 해도 크게 나무 낼 수가 없다.
물론 국가를 운영할 때 균형 발전과 지역이 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의제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결국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전북의 정치 풍토가 우리 지역의 발전과 화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 4월 총선에서도 ‘민주당 광풍’이 불지, 이 의원이 지역구를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