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청구 과정을 간소화하는 법안이 14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종이 서류를 직접 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전산화해 가입자 편의가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야는 6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보험업법’ 제정안을 재석 225명 중 찬성 205명, 반대 6명, 기권 14명으로 의결했다.
표결에 앞서 정무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회사로 하여금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도록 하고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등의 요청에 따라 요양기관이 보험금 청구와 관련된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도록 함으로써 실손의료보험 청구에 있어 국민의 편의성을 제고하자는 것”이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실손보험 청구를 전자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 청구를 위해 의료기관에 진료비 내역 등 필요한 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사에 전송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요청을 받은 의료기관은 전송 대행기관(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정보를 전송한다.
앞으로는 번거롭게 서류를 받기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진다. 현재는 실손보험료를 청구하려면 병원이나 약국에서 진료비·약제비 영수증 등을 종이 서류로 발급받아 팩스나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보험사에 직접 제출해야 한다. 이같은 절차 탓에 실손보험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다만 환자단체와 의료계는 우려가 크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다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감한 개인의 의료정보가 전자적인 형태로 보험사에 제출된다면 손쉽게 수집·축적될 수 있고, 해당 정보가 보험료 가입 거절이나 보험료 인상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암환자권익협의회 등 환자단체와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개인의료정보 전자 전송이 가능해지면 민영보험사들이 수집·축적하는 개인의료정보들도 유출될 수 있다”며 “이번 악법의 국회 통과는 민영보험사들의 ‘국민건강보험 대체’라는 궁극적 목표, 즉 의료 민영화로 커다란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