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연예계 마약 파문’ 연루…의료용 마약류 관리 빨간불

의사도 ‘연예계 마약 파문’ 연루…의료용 마약류 관리 빨간불

‘연예인 마약 사건’ 연루 의사, 마약류 과다처방 경고 받기도
“의료용 마약류, 중독성 강해…관리 강화해야”

기사승인 2023-11-07 06:00:40
게티이미지뱅크

배우 이선균(48)에 이어 가수 지드래곤(35·본명 권지용)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게 마약을 공급한 의혹을 받는 현직 의사가 경찰에 입건됐다. 이를 두고 마약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선 의료용 마약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의사 A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26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씨와 권씨, 유흥업소 관계자 등에게 마약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사 A씨는 이전에도 의료용 마약류를 과다 처방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경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받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A씨가 대표 원장으로 있는 B의원은 지난 2022년 3월부터 지난 6월까지 15개월 동안 마약류 1만4196정을 처방했다. 

특히 B의원에서 한 여성은 6개월 동안 659정의 마약류를 처방받기도 했다. 지난 15개월 간 B의원을 방문한 환자는 858명, 이들이 받은 처방 건수는 총 1136건이다.

식약처의 ‘마약류 오남용 사전 알리미’ 통보를 받기도 했다. 사전 알리미는 프로포폴, 졸피뎀, 펜터민 등이 오남용 조치 기준을 벗어나 처방될 경우 해당 의사에게 서면 통지되는 조치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사 A씨는 서울 신사동 C의원을 개설한 후 2021년 8월에서 2022년 1월 사이 환자에게 프로포폴을 초과 처방했다는 이유로 사전알리미 통보를 한차례 받았다. 이후 C의원을 폐업한 뒤 A씨가 대표 원장으로 있는 B의원에서는 2022년 9월에서 2023년 2월 사이 간단한 시술·진단에 프로포폴을 월 1회 초과 투약한 행위가 73건 적발돼 또다시 경고를 받았다.

앞서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도 의료용 마약 과다 처방으로 수사망에 걸렸다. 그는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총 14개 의원에서 181회에 걸쳐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을 불법 처방 받은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환자 한 명이 지나치게 많은 마약류를 처방 받았다면, 불법 유통의 중간책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료용 마약류도 중독성, 의존성 등 부작용 위험이 있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센터장은 “필로폰, 합성대마 등 불법 마약보다 의료용 마약류가 중독성이 더 강한 경우가 있다”면서 “치료용으로 쓰는 환자도 있지만, 오남용하는 사람도 있어 마약 범죄 근절을 위해선 의료용 마약류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약류에 중독된 환자가 작정하고 의료진을 속이는 경우, 대응이 힘들다고도 했다. 박 센터장은 “환자가 중독인지, 아니면 치료용으로 필요한지 가리기가 굉장히 힘들다”면서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기 위해 연기를 하면 의사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도 의료용 마약류 과다 처방과 관련해 자정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의사 A씨에 대한 검찰 수사 경과를 지켜보고, 고발장을 제출할 방침이다. 의협 관계자는 “아직 사실 관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고발장을 제출하려다 보류했다”면서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협회 내부에서 마약류 과다 처방과 관련해 제재나 관리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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