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을 삼키기 어려워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과립제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질환으로 꾸준한 관리가 요구되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서 과립제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염증성 장질환은 위장관에 염증이 지속되는 원인 불명의 면역 관련 질환으로 대표적으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전체 위장관 중 대장에 국한돼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크론병은 식도와 위, 소장, 대장, 항문에 이르는 소화관 전체에 만성적인 염증과 궤양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주된 증상에는 복통, 설사, 혈변 등이 있다. 증상이 악화될 경우 협착이 발생하고 누공이나 암 등 위험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자는 꾸준한 증가세다. 지난 2019년 기준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3만7000여명, 크론병은 1만8000여명을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문원 고신대복음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거 국내에서 염증성 장질환은 매우 드문 질환이었으나 최근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서구화된 식습관, 대기오염 등이 발병 증가의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염증성 장질환 1차 치료제로는 메살라진 성분의 ‘5-ASA’ 경구제(먹는 약)가 주로 쓰인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90% 이상은 5-ASA를 꾸준히 복용할 경우 효과적인 질환 관리가 가능하다. 경증 크론병에서도 효과를 보인다. 면역조절제를 함께 복용하면 치료 효과를 더 높인단 연구 결과도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장기간 증상이 이어지기 때문에 증상이 없어도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복용해야 하는 약 개수가 많고 알약의 크기도 크기 때문에 일부 환자는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문 교수는 “치료의 핵심은 효과적인 약물을 선택하는 것뿐만 아니라 성실하게 약을 복용하며 치료에 임하는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것이지만 알약을 삼키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는 환자들이 있다”고 짚었다
문 교수는 최근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제 대신 과립제가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고 피력했다. 과립제가 기존 약 대비 성분과 효과는 동일하면서 복용은 더 쉽고 간편하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3개월 이상 정제 메살라진 4g(1일 1g 4정)을 복용한 관해상태(증상이 거의 없는 상태)의 염증성 장질환자 80명(궤양성 대장염 46명, 크론병 34명)을 대상으로 2주간 과립제 메살라진 4g(1일 2g 2포)을 투여한 결과 70%가 ‘과립제가 삼키기 더 낫고 휴대도 편하다’고 답했다. 또 63.8%는 정제보다 과립제 처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교수는 “궤양성 대장염 환자 중 5-ASA 복용 목표치를 80% 이상 실천한 환자와 그 미만으로 복용한 환자 간 증상 재발 빈도를 비교했더니 80% 미만 환자의 증상 재발률이 5.5배나 높았다는 보고도 있다”며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메살라진 과립제가 좋은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염증성 장질환은 조절만 잘하면 좋은 예후를 보이기 때문에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병원을 방문해 전문 의료진과 지속적인 관리를 해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