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수 없어도 눈으로 노래를 느낄 수 있도록….”
“한 손만으로도 화재를 진압할 수 있어요.”
장애인을 위한 다채로운 보조기기들이 학생들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탄생했다. 장애인의 생활 편의성과 유용성을 높이면서 기존에는 볼 수 없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지난달 30일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와 나사렛대학교 산학협력단(NADO 메이커스페이스)이 공동 주최한 ‘2023 보조기기 아이디어 공모전’이 성황리에 치러졌다.
완성도 높은 출품작…사연 담아 유용성 구현
이번 공모전은 9월부터 접수를 시작했다. 3개월간 총 77개의 작품이 출품됐다. 센터 측은 “공모 주제가 보조기기로 한정돼 있고, 시제품으로 만들기까지 3개월 밖에 주어지지 않았지만 출품작들의 완성도가 대체로 높았다”고 평가했다. 심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변리사, 디자인과 교수, 공공기관장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섭외했다.
보조기기 아이디어 공모전은 오디션 심사로 진행했다. 서류만으론 볼 수 없는 보조기기의 기획 방향과 의도뿐 아니라 적절성, 효과성, 필요성, 시장성, 확장 가능성 등을 전문가 질의를 통해 확인했다. 현장 오디션에서는 상상을 실제로 구현한 보조기기 관련 텍스트와 이미지, 작동 원리 등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저시력 장애인의 요리를 돕기 위한 돋보기 달린 칼 △이동 보조기기 사용자가 경사각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 △청각장애인이 음악을 느낄 수 있도록 소리를 시각화하는 기기 △와상 중증 환자의 생명신호 위험 관리 시스템 △AI와 자이로센서에 기반한 자세 교정 보조기기 등 출품작 하나하나에 사연과 의지가 스며들어 있었다.
“보조기기 개발, 모두가 편리한 삶 누리는 시작점”
공모전에선 최종 19개 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상은 2팀으로 좁혀졌다. 3D프린팅 부문 ‘발로 문을 여는 발판’을 출품한 초등학교 5학년 김지휼 학생이 우수상을 수상할 때는 시상식 자리가 마치 축제장처럼 환호로 뒤덮였다.
3D프린팅 부문 대상은 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팀이 차지했다. 이들은 ‘한 손으로 한 번에 소화기 사용을 돕는 보조기기’를 구현했다. 이는 화재 발생 시 한 손으로 소화기 핀을 뽑아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장치로 초동 진화 및 탈출로 확보에 용이하다. 노약자 등도 부담 없이 소화기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창업동아리 부문 대상은 3gineers팀의 ‘AI와 자이로센서에 기반한 자세 교정 보조기기’로 선정됐다. 이 기기는 휠체어에 장시간 앉아 생활하는 장애인의 불량한 자세를 짚어주는 시스템을 장착했다. 사용자의 목에 전용 기기를 부착한 상태에서 웹캠으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그 결과를 알려주는 장비다. 사용자의 불량한 자세를 보완하고, 자세 변형을 가져갈 수 있는 맞춤형 운동을 영상으로 출력해주기도 한다. 3gineers팀은 “이번 아이디어를 더욱 발전시켜 사회에 도움이 되는 보조기기를 개발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인학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장은 “인간이면 누구나 상상을 하고 그 상상은 그 자체로 가슴을 뜨겁게 하지만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실현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보조기기 아이디어 공모전이 참가자들에게 기회의 장이 되고, 장애인과 노인에게는 편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끄는 다양한 보조기기 개발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