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대상포진의 국가예방접종에 생백신을 우선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보인 가운데, 효과가 확실하고 면역저하자도 접종 가능한 사백신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질병청은 “고령층 대상포진 백신으로 생백신과 사백신 모두 비용 대비 예방 효과가 확인됐으며, 접종을 통해 질병에 따른 의료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입증됐다”며 “우선순위 결과를 토대로 국가예방접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생백신은 높은 순위에 비해 효과가 아쉬웠다. 접종 대상 범위에도 제한이 있었다. 연구 보고서 세부 내용에 따르면 생백신은 시간이 지나면서 예방 효과가 감소했다. 또한 7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했을 땐 국가예방접종의 비용효과성이 입증됐지만, 80세 이상에선 권고되지 않았다. 반면 사백신은 접종한 지 7년이 지난 이후에도 유의한 효과가 이어졌으며 80세 이상 고연령에서도 비용 대비 예방 효과가 높았다.
해외 국가예방접종 사업에선 이미 사백신을 권장하는 추세다. 미국은 지난 2020년 11월부터 생백신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영국도 대상포진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9월부터 65세 이상 성인에게 사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호주 역시 지난해 11월 대상포진 예방 백신을 사백신으로 전면 대체했다.
학계에서도 사백신 사용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대한감염학회는 지난해 대상포진 접종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예방 효과와 지속기간을 고려해 사백신을 우선 접종해야 한다’고 권했다. 생백신은 면역이 떨어진 상태에선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에 18세 이상 중증 면역저하자는 사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접종 우선순위 설정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며, 국가예방접종 지원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김연숙 충남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 예산에 한계가 있어 비교적 저렴한 생백신을 더 높은 순위로 선정한 것으로 본다”면서 “대상포진 생백신은 지속기간이 최대 7~8년이며, 여러 차례 맞는다고 해서 예방 효과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가 더 오래가는 사백신을 맞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백신 무료 접종 지원으로 인해 예산에서 부담이 크다면 건강보험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일반 약들처럼 보험 기준을 만들고 그에 따라 지원하면 재정 부담을 덜고 환자가 원하는 백신을 접종할 수 있으며, 생백신을 사용하지 못하는 고령층 면역저하자도 접종비를 지원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향후 국가적 지원 시스템의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국가예방접종은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만큼 지원 확대를 위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도입 우선순위는 여러 전문가들이 백신 및 질병의 특성, 자원 배분 합리성, 수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근거자료 확보, 신규 백신 허가사항, 백신 수급 가능성, 예산 확보 상황 등을 살펴 국가예방접종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