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당시 시청률은 1%대, 그러나 종영 이후 마니아를 양산했던 JTBC ‘크라임씬’이 7년 만에 돌아왔다. ‘리턴즈’(귀환)란 제목을 붙이고서다. 지난 9일 1~4화를 동시 공개한 티빙 오리지널 ‘크라임씬 리턴즈’는 추리예능 ‘올비’(오랜 팬)와 ‘뉴비’(새로운 팬)에게 모두 환영받는 중이다. 지난 18일 티빙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티빙 유료가입 기여자수 1위 프로그램으로 올라섰다. 각각 2017년과 2015년 JTBC에서 방송했던 ‘크라임씬3’과 ‘크라임씬2’는 22일 기준 ‘오늘의 티빙 톱20’에 재진입했다. 세월을 거스른 ‘크라임씬’의 매력은 무엇일까. ‘크라임씬’ 시리즈를 독파한 ‘올비’ 대표 민수미·이영재 기자와 ‘크라임씬 리턴즈’로 이 세계관에 처음 발 들인 ‘뉴비’ 대표 김예슬·이은호 기자가 머리를 맞댔다.
“‘죽였다’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아요.” 아들 살해 혐의를 받는 대선후보 장아빠(장진)는 침착하다. 제 허물 앞에서도 태연한 염치없음이 현실 속 정치인과 닮았다. 잠시 후, 장아빠가 다시 입을 연다. 이번엔 흐느끼는 채다. “하으… 사고였어.” 출연자들이 “왜 저래”라며 진저리칠 때 시청자는 박장대소한다. 어설픈 연기력을 압도하는 진정성 때문이다. 무슨 진정성? 무죄를 호소하는 진정성! ‘크라임씬’은 추리 예능이지만 추리보다 더 재밌는 게 캐릭터 쇼다. 누가 진범인지 알아맞히는 것보다 용의 선상에서 벗어나려는 출연자들의 애처로운 ‘아무 말’이 더 흥미롭다. 어디에 어떤 단서가 숨겨졌는지 추측하는 것보다 예상 못 한 단서를 발견하고 경악하는 출연자 모습이 더 흥분된다. ‘크라임씬’은 규모로 따지면 tvN ‘대탈출’ 시리즈에 못 미친다. 이전 시즌보다 서사가 탄탄해졌다고는 해도 8~10개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티빙 ‘여고추리반’ 시리즈만 못하다. 하지만 박지윤의 임기응변, 장동민의 윽박, 키의 재치, 주현영의 연기력, 안유진의 집요함, 그리고 장진의 무심한 듯 절절한 진정성은 오직 ‘크라임씬’에만 있다. 재능과 매력을 겸비한 출연자 간의 ‘티키타카’야말로 ‘크라임씬’의 전매특허 히트 상품. 10부작은 너무 짧다. 그러니까, ‘크라임씬’ 레전드 에피소드 추천해주실 분~?
‘뉴비’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생각보다 스케일이 큰데?” 7년의 기다림 끝에 다시 돌아온 ‘크라임씬 리턴즈’, 첫 번째 ‘탐정’을 맡은 박지윤의 한 마디가 올드 팬들의 심경을 대변한다. 마치 영화 예고편을 보는 것 같은 오프닝, 악마도 울고 갈 디테일이 살아있는 세트, 단서를 찾고 토론하면서 시청자들까지 함께 몰입하게 만드는 특유의 편집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다.
‘크라임씬’ 이전 시리즈를 챙겨봤던 올드 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멤버 구성이다. 이번 ‘크라임씬 리턴즈’는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박지윤과 장동민은 탄탄한 연기력과 예능감을 바탕으로 ‘크라임씬’을 이끌어간다. 사실상 MC와 같은 역할을 이번 시즌에도 충실히 해주고 있다. 장진 감독은 특유의 번뜩이는 추리력과 직관으로 첫 회부터 혼자 범인을 잡아내는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캐스팅 당시부터 기대 만발이었던 주현영과 안유진, 키는 선배들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이제 결론을 얘기할 차례다. ‘크라임씬 리턴즈’를 통해 ‘크라임씬 세계관’에 입문한 시청자라면, 이전 시즌을 보러 가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아니, 더 이상 추천할 필요가 없다. 7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절치부심, 다시 기회가 오기만 기다리던 제작진이 칼을 갈고 만든 이번 작품이 ‘크라임씬’의 새로운 ‘올 타임 레전드’가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올비’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범죄현장인 비행기 내부부터 용의자들의 집안·사무실까지 한 데 모은 세트장. ‘크라임씬 리턴즈’의 첫인상은 화려하고 강렬했다. 각 역할을 맡은 출연진이 캐릭터에 ‘과몰입’하며 나름의 가설을 펼치는 모습은 놀라웠다. 추리·게임예능 초보자에게 ‘크라임씬 리턴즈’는 각 에피소드마다 한 편의 드라마처럼 관전하는 맛이 있었다. 모두가 진심인 게 느껴지니 시청자도 더욱 몰입할 수밖에. 용의자로 몰리지 않고자 열심히 제 주장을 내세우는 모습들이 재밌었고, 생각지도 못한 날카로운 추리에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비행기 편에서는 눈 돌아있던 스토커 주집착(주현영)과 구정물에 손 넣는 장풍무(장동민)가, 고시원 편에선 악덕 주인부터 중년 로맨스까지 소화한 박주인(박지윤)과 비밀 공간인 ‘304호’가 뇌리에 깊숙이 남았다. 법정 편에서는 눈썰미와 추리 실력이 대단했던 장아빠(장진)와 더불어 서서히 드러나는 모두의 악행들에 혀를 내둘렀다. 사건과 핵심 단서, 그 안에 담긴 반전들을 짜 맞추는 과정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하지만 추리는 거들뿐! 열심히 추리하는 캐릭터들을 내 편 삼아 이입하는 재미가 컸다. 볼수록 깨닫는다. 아, 이래서 다들 ‘크라임씬’ 노래를 불렀구나. 아직 종영하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다음 ‘리턴즈’를 고대하게 된다.
‘뉴비’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자세히 보아야 재밌다. 여러 번 보아야 감탄스럽다. ‘크라임씬’이 그렇다. 어항에 물고기가 없다는 사실 하나로(법원 살인사건 편) 가설을 쌓아 올리는 장진의 예리함은 프로그램을 대충 봐선 캐치할 수 없다. 박지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장동민이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무릎을 치고 이해하는 순간은 n회차 시청을 해야만 맞을 수 있다.
복습을 열심히 한 건 ‘크라임씬’을 기다린 시청자만이 아닌 것 같다. 새로운 플레이어인 키, 주현영, 안유진의 활약이 눈에 띈다. ‘크라임씬’에선 매 시즌 새로운 얼굴이 투입되었지만, 늘 아쉬움이 남았다. 프로그램 룰을 정확하게 숙지하지 못한 듯한 발언이나 행동이 몰입을 깨트렸다. 어색한 추론도 리모컨에 손이 가게 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몸이 풀리는 게 느껴졌지만,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땐 시즌 종영을 앞둔 상태였다.
이번 새로운 플레이어들은 열심히 공부한 티가 난다. ‘크라임씬 리턴즈’ 첫 화인 공항 살인사건 편에서 곰 인형 배를 가르는 안유진이나, 고시원 살인사건 편에서 피해자 장기가 온전한지 살피는 주현영은 시청자들에게 여러 의미로 놀라움을 준다. 법원 살인사건 편에서 혼자 끝까지 쓰레기통을 뒤져 사인 추정 약물을 뒤집는 키도 마찬가지다. 모든 인물에 죽일 수밖에 없는 서사를 부여하고, 입체적인 에피소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제작진의 노력이 빛을 발하게 돕는다. 열심히 했다고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시청자는 단번에 안다. 애정과 책임을 갖고 임하는 출연자들을.
‘올비’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