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당사자는 더불어민주당 천안 양승조 전 충남지사와 국민의힘 아산 이명수 의원이다. 4선 의원 출신인 양 전 지사는 당초 원했던 천안 출마가 아니라 민주당 험지인 예산·홍성 출마로 결정됐다. 도지사 출신의 정치 거물이지만 정치적 고향을 떠나 당선이 쉽지 않은 지역으로 밀려났다.
이명수 의원 처지는 더 황당하다. 자신의 4선 텃밭에서 밀려난 게 아니라 거의 쫓겨나다시피 컷오프됐다. 정치 초년생인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장관 공천이 유력하다.
다선 의원, 특히 5선 의원은 지역 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 초선의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국가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끌어 올 것이고, 지역 SOC사업에도 날개를 달 수 있다. 5선이면 국회의장도 노릴 만하다. 소속 당의 당대표에도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양승조와 이명수, 두 다선 의원이 위기에 처하자 시민들 사이 중앙 정치권을 향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충남 5선 의원을 의도적으로 막으려는 정치공작 아니냐.” “국회의장과 당 대표를 충남 의원들이 차지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세력이 있는가.” 충분히 나올 법한 이야기다.
이 의원은 지난 21일 컷오프 처음 거론될 때부터 정치적 음모설을 제기했다. 그는 “입법활동, 국회 출석 등 정량적 평가 이외에 정성적 평가에서 정치적 음모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며 국민의힘 시스템공천의 허구성을 비판했다.
아산의 여당 시·도의원들도 이 의원 컷오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2일 이들은 입장문에서 “천안·아산·당진 국회의원 6명 중 유일하게 아산갑만 국민의힘(이명수)”이라며 “밀실공천이 아니라 이기는 공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 시장(두 번)을 역임한 복기왕 전 아산시장이 단수공천됐다. 16년간 의원을 배출한 보수정당의 아성 지키기가 쉽지 않을 거란 이야기가 나온다.
양 전 지사는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다른 지역 전략공천을 받아들였다. 도지사가 근무하는 충남도청이 예산·홍성에 걸쳐 있어, 이 지역 주민들에게 친숙한 인물일 수는 있다. 그러나 도지사는 충남 15개 시·군 주민의 대표자로 활동하는 것이지 도청소재지 주민과 특별히 가까운 존재는 아니다. ‘도지사 출신=도청소재지 연고’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다. 현역 도지사가 반대당일 경우 더욱 그렇다.
지역이 5선 의원을 갖는 건 쉽지 않다. 50세 첫 당선돼 내리 뽑혀도 임기 20년이 끝날 때면 70세다. 양 전 지사는 59년생으로 65세, 이 의원은 55년생으로 69세이다. 5선으로 원숙한 의정활동에 나서기 적합한 나이다.
천안·아산은 오랜기간 ‘큰 정치인’을 갖지 못했다. 그런데 지역 발전에 큰 영향력을 끼칠 5선 의원 배출의 흔치않은 기회가 위태롭게 흘러가고 있다. 지역 언론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어떡하든 두 4선 의원이 ‘국회 생환’ 하기를 기원한다.
/천안·아산 선임기자 chohp1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