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열흘을 넘기면서 병원에 남은 의료진들의 소진도 빨라지고 있다.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정부에 빠른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조용수 전남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최고존엄 윤석열 대통령님! 부디 이 사태를 좀 끝내주십시오”로 시작하는 글을 적었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생긴 의료 공백으로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조 교수는 “이러다 사직이 아니라 순직하게 생겼다”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응급의학 전공하고 대학병원에 취직한 게 죄는 아니지 않나”라고 털어놨다.
이어 “코로나19 때부터 나라에 뭔 일만 생기면 몸이 갈려 나간다”며 “나이 먹어서 이제는 진짜 온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조 교수는 정부를 향해 “다 잡아다 감방에 쳐 넣든지, 그냥 니들 마음대로 하라고 손을 털든지, 어느 쪽이든 좋으니 평소처럼 화끈하게 질러주면 안 되겠나”라며 “짖는 개는 안 무는 법이고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데,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질질 끄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싸우는 놈 따로, 이득 보는 놈 따로. 지나고 보면 고생한 거 누가 알아주지도 않더라”면서 “어차피 시민들에게 저는 돈만 밝히는 의새(의사를 비하하는 단어)의 한명일 따름이고 동료들에게는 단결을 방해하는 부역자일 따름이다. 실상은 그저 병든 환자 곁을 차마 떠나지 못하는 소시민 의사일 따름이다”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사직한 전공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정부의 현장점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지난 21일 SNS에 “복무점검해라. 서류제출해라. 시찰나오겠다. 근무표 내라. 변동표 내라. 실제랑 맞춰봐라. 대책 내놔봐라. 끝없이 들들 볶아대면 그 작업은 대체 누가 다 하고 있을까”라며 “환자 볼 손발도 부족해 죽겠는데 미치겠다”라고 썼다.
이어 “없는 사람을 왜 병원 와서 찾는지 모르겠다. 사직서 낸 사람들이 직장에 있을리 만무하지 않은가”라며 “남아서 일하는 사람들 마저 내보내려는 수작인가”라고 적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