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선수들의 운명이 바뀌었다. MLB에서만 8시즌을 소화한 최지만(33), MLB 데뷔 시즌인 고우석(25)과 지난 시즌 MLB 무대를 밟지 못한 박효준(28) 얘기다. 최지만과 고우석은 MLB 로스터 탈락의 수모를 겪었지만 박효준은 시범경기 최다 안타 1위를 차지하는 등 개막 엔트리 진입 청신호를 켰다.
뉴욕데일리뉴스 등 미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25일(이하 한국시간) 최지만은 구단으로부터 개막 26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최지만은 1년 100만달러 MLB 보장 계약을 거절하고 뉴욕 메츠와 MLB 엔트리 합류시 보너스 포함 총 350만달러를 받는 계약을 맺었다. 더 큰 연봉을 위해 MLB 보장까지 거절한 최지만은 스플릿 계약을 맺고 MLB 로스터 진입 경쟁에 뛰어들었다.
MLB 8년 차인 최지만은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 2019시즌 19홈런 등 MLB 통산 67홈런을 기록했다. MLB에서 8시즌 이상 뛴 한국 선수는 박찬호, 추신수, 류현진밖에 없는 가운데 최지만 역시 MLB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다. 개막 로스터 진입이 유력하다는 판단으로 스플릿 계약을 맺은 셈이다.
하지만 최지만은 2024 MLB 시범경기에서 타율 0.187(37타수 7안타) 1홈런 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42로 부진했다. 뉴욕 메츠가 지난 시즌 33홈런을 때린 거포 J.D. 마르티네즈를 영입하며 최지만의 입지도 좁아졌다. 결과적으로 최지만은 개막 로스터 진입에 실패했다.
고우석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년 450만달러 계약을 맺은 고우석은 큰 꿈을 안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고우석은 시범경기부터 ‘와르르’ 무너졌다. 고우석의 시범경기 성적은 5경기 평균자책점 12.46에 달한다. 서울시리즈 직전 가진 LG 트윈스와 평가전에서도 이재원에게 홈런을 맞는 등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2실점으로 부진했다. 결국 엔트리 탈락한 고우석은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렸던 서울시리즈를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고배를 마신 이들과 달리 또 다른 ‘코리안리거’ 박효준은 연일 놀라운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박효준은 25일 기준 시범경기 타율 0.500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42타수 21안타로 타수가 적은 것도 아닌데, 매번 나올 때마다 멀티히트를 폭발하는 중이다. 21안타는 2015년 이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선수가 기록한 최다 안타다. 아울러 박효준은 시범경기 최다 안타 1위에 올랐다.
당초 박효준은 MLB 로스터 입성이 불투명했다. 지난 시즌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산하 트리플A 팀에서 뛴 박효준은 올 시즌 스토브리그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 자격으로 시범경기에 참여했기에 MLB 40인 로스터에 들기도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이런 예상을 비웃듯 박효준은 엄청난 타격감으로 MLB 시범경기를 접수했다. 정교한 타격에 더해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수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여기에 경쟁자인 미겔 안두하가 무릎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박효준의 개막 로스터 합류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
MLB 공식 사이트인 엠엘비닷컴도 박효준을 주목했다. 엠엘비닷컴은 지난 24일 박효준을 조명하며 “박효준이 무시하기 힘든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초청선수인 박효준이 개막 로스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진에 빠진 최지만과 고우석이 마이너리그를 넘어 MLB 무대를 밟을 수 있을지, 돌풍의 중심인 박효준이 MLB에서 살아남아 제 기량을 펼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