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총선 참패 뒤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시 드러냈다. 추진 과정에서 “듣고 챙기겠다”고 강조한 가운데 의료계의 의견을 얼마나 수용하며 다가설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은 멈출 수 없다”며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 의견은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4·10 총선 이후 첫 입장 표명을 한 윤 대통령은 개혁 과제를 이뤄가기 위해선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더불어 국회와 협력해 민생 안정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간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의 필요성을 표명하며, ‘유연한 대응’을 가져달라고 정부에 당부해온 윤 대통령이 총선 이후 ‘더 낮고 더 유연한’ 태도를 주문하면서 의료계를 끌어안는 정책 전개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을 보류한 상태다.
의료계는 여당의 총선 참패 원인이 무리한 의료개혁 추진에 있다고 비판한다. 또 정부와 협의 테이블에 앉는 조건으로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강공으로 맞서고 있지만 의료계 역시 부담이 적지 않다. 지난 2월19일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벌써 두 달째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마저 사직 의사를 표하면서 국민의 불안과 실망은 커져만 간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16일 오전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을 통해 “의협이 증원 규모를 0명으로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구·위원회 등에서 논의를 갖고 (의대 증원) 숫자가 도출되면 그것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현 사태를 풀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와 의료계, 국민이 참여한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국회도 의정 갈등 대척에 본격 개입할 것을 시사했다. 야권에선 정부에 ‘민·의·당·정’ 4자협의체 구성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연합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밀실에서 진행된 야합 방식이 아닌, 공론화된 협의체 구성을 결단해 2025년 의대 증원 규모를 국민 눈높이에서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 민주연합 의료개혁특위 상임공동위원장 겸 비례대표 당선인은 “벼랑 끝 대치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료계도 국민과 정부 못지않게 큰 피해를 보게 된다”며 “정부는 의대 증원 숫자를 고집하는 데서 한발 물러서고, 의료계는 증원 백지화에서 한발씩 물러서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5월 말, 각 대학이 내년도 의대 입시 요강을 발표하면 2000명 증원은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지난달 업무개시명령을 사전 통지한 전공의들의 의견 청취 기한이 15일 종료됨에 따라 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도 곧 개시될 전망이다. 의대 교수들이 단체로 제출한 사직서도 한 달이 지난 이달 25일부터 민법에 따라 실질적 효력이 생겨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