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구계 이슈를 독식한 선수가 있다. 1루 베이스에서 ‘갈까 말까’ 동작으로 양현종을 자극했던, 그리고 케이시 켈리와 갈등을 빚어 벤치클리어링을 불렀던 황성빈(27‧롯데 자이언츠)이 그 주인공이다.
앞선 사건으로 황성빈은 ‘깐족’ 혹은 더 나아가 ‘밉상’ 이미지를 얻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마저 황성빈에 대해 “과도한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때 황성빈은 부정적인 여론을 오히려 실력으로 정면 돌파했다. 통산 1홈런에 불과했던 황성빈은 하루에 무려 3홈런을 폭발하며 롯데의 구세주로 등장했다.
황성빈은 21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더블헤더 1‧2차전에 모두 선발 출전해 하루에만 홈런 3개를 터뜨렸다. 황성빈의 활약 덕에 1승1무를 기록한 롯데는 3연승을 달리며 탈꼴찌에 성공했다.
더블헤더 1차전부터 황성빈의 방망이는 불을 뿜었다. 0-0으로 맞선 1회말 황성빈은 KT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의 가운데 시속 145km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선제 솔로홈런을 작렬했다.
이어 1-2로 뒤진 3회 1사 2,3루에서 유격수 땅볼로 동점 타점을 올린 황성빈은 2-3으로 지던 5회말 또다시 쿠에바스를 공략해 동점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다. 롯데가 끌려가면 황성빈이 다시 동점을 만드는 양상이 반복됐다. 롯데는 더블헤더 1차전 9-9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황성빈의 활약만큼은 빛이 났다.
기세를 탄 황성빈은 더블헤더 2차전도 맹활약했다. 1회 무사 2루에 등장해 좌중간 적시타로 선제 타점을 올렸다. 곧바로 2루 베이스도 훔쳐 시즌 10번째 도루도 기록했다.
황성빈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황성빈은 3-2로 근소하게 앞선 5회말 1사 1루에서 엄상백의 바깥쪽 높은 체인지업을 노려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이날만 세 번째 홈런을 때린 황성빈은 오른손을 번쩍 들면서 기쁨을 표현했다. 황성빈의 결정적인 한 방을 통해 롯데는 7-5로 승리했다.
황성빈은 더블헤더 2경기 동안 9타수 5안타(3홈런) 6타점 4득점 1도루로 인생 경기를 펼쳤다.
올 시즌 황성빈은 주로 대주자로 기용됐다. 빠른 발 덕에 팀이 치른 24경기 중 23경기에 나섰지만, 빅터 레이예스, 윤동희, 고승민, 전준우 등 외야 경쟁자들에 완전히 밀려 타석엔 많이 들어서지 못했다.
황성빈은 주어진 역할에 불평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물론 지나친 열정 탓에 팬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주자일 때 상대 투수를 흔들기 위해 ‘갈까 말까’ 동작을 취했던 점이 대표적이다. 팬들은 황성빈에게 ‘밉상’, ‘깐족 등 부정적인 별명을 붙였다. 김 감독도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동은 하지 마라”고 주의했고, 이후 이 동작은 볼 수 없었다.
특유의 근성으로 주전을 꿰찬 뒤에도 논란은 끊기지 않았다. 지난 18일 LG 트윈스전에서 황성빈은 파울을 치고 1루로 전력 질주했다가 다소 느리게 돌아오며 시간을 지연했다. 이에 기분이 상한 켈리가 이닝을 마치고 분노를 드러내면서 벤치클리어링까지 사태가 번졌다.
많은 비판을 받았던 황성빈은 자신의 열정을 비로소 실력으로 증명했다. 통산 1홈런 타자가 하루에 3홈런을 때리며 팀을 구한 것이다.
경기 후 황성빈은 하루에 2홈런을 친 기억이 있냐는 질문에 “한 번도 없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여러 코치님들이 도와주셨다. 특히 임훈 코치가 백업 역할을 하고 있던 나를 놓지 않았다.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황성빈은 “출루를 많이 하는 게 팀에 큰 도움이 된다.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도 텐션을 줄이지 않는 것이 내 몫”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논란에 대해 황성빈은 “속상한 부분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지금 이 기분과 생각 잃지 않고 시합에 임하겠다”고 반성하며 앞으로의 활약을 다짐했다.
부정적인 여론을 실력으로 극복한 황성빈이 앞으로 롯데 타선에서 어떤 감초 같은 역할을 해낼지 관심이 모인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