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약사단체에 따르면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을 활용한 일반·전문의약품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일반의약품은 물론 전문의약품까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불법 판매되고 있다”며 “건기식 시범사업 시행을 앞두고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화 됐다”고 밝혔다.
건기식 시범사업은 지난 5월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기존엔 영업신고를 한 판매자만 건기식 판매가 가능했지만, 현재는 일반인도 정해진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다. 문제는 일부 소비자들이 건기식과 의약품을 구분하지 못한 채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6일 번개장터, 당근마켓, 중고장터 등의 플랫폼에선 건기식 외에도 일반의약품이나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는 피임약, 탈모보조제, 비염스프레이 등을 팔겠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판매자 A씨는 경구피임약인 바이엘의 ‘야즈’를 거래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 제품의 가격은 3통에 4만5000원이었다. 같은 제품을 약국에서 살 때보다 2~3만원가량 저렴하다. 야즈는 전문의약품으로 복용을 하려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판매자 B씨의 경우 한미약품의 비강 스프레이인 ‘코앤쿨’ 20개 묶음을 12만5000원에 내놓았다. B씨는 거래 게시판에 “개봉하지 않은 새 제품이며 기존 가격은 14만원이었다”라는 정보를 남겼다. 코앤쿨은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만 판매가 가능하다.
지난달 중고 장터에서 건기식을 구입했다는 김희정(익명·32세)씨는 “굉장히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며 “일반의약품이나 판매가 허용되지 않은 영양제가 섞여있어도 일반인들은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을 즐겨 찾는 최혜윤(익명·28세)씨는 “식욕억제 기능이 있는 다이어트 보조제를 판매하려고 글을 올린 적이 있다”면서 “보조제라서 건기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운영진에 의해 글이 삭제된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온라인 의약품 거래는 약사법에 저촉된다.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지만, 적발 건수가 매년 수천건을 넘어선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불법 판매를 점검한 결과, 지난 3월11일부터 29일까지 3주간 파악된 의약품 판매 건수는 1579건이었다.
약사단체는 건기식 시범사업이 불법 의약품 거래에 불을 지폈다고 짚었다. 식약처가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범사업을 무리하게 시행하고 있다며 문제를 바로잡기 전까지 시범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건기식과 의약품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시범사업은 건강권보다 편의성에 매몰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부작용에 대한 사후관리를 포기하고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한 셈”이라며 “플랫폼은 위반 행위를 감시·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체 모니터링도 소홀해 소비자들이 약화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건기식 사업으로 인해 불법 의약품 판매가 늘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식약처 건강기능식품정책과 관계자는 “각 플랫폼의 불법 의약품 자율점검 현황을 검토한 결과, 건기식 시범사업 실시 이후 의약품 불법 판매 건수가 급증했다고 보긴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범사업 이전에도 온라인 불법 의약품 거래는 비슷한 수준으로 이어져 왔다”며 “식약처는 불법 판매 근절을 위해 정기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필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도화할 수 있도록 플랫폼들과 협의 중이다. 특별 점검을 계획해 민간기관들과 모니터링을 협업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불법행위를 반복하는 위반자에 대한 고발 조치를 강화하면서 건기식과 의약품을 구분하는 교육·홍보도 진행하고 있다”며 “약사회와 개선사항을 논의하는 한편 국민 건강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