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크게 감소했던 바이러스 장염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현수 교수와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전기범 교수 연구팀은 2013년 1~4월 한림대의료원 5개 산하병원(한림대성심병원·강남성심병원·춘천성심병원·한강성심병원·동탄성심병원)에서 장염 바이러스 검사를 받은 4만1239명의 결과 15만7369건을 분석해 19일 발표했다.
연구 대상으로 잡은 장내 바이러스는 노로 바이러스, 로타 바이러스, 아데노 바이러스, 아스트로 바이러스, 사포 바이러스 등 5종이었다. 이같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는 급성 위장관염은 구토, 복부 경련, 설사 등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전체 기간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기준으로 △2013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팬데믹 전’ △국내 감염병 위기경보단계가 ‘심각’단계로 격상된 2020년 2월부터 2022년 4월까지를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실외 착용 의무가 해제되고 유치원, 초중고등학교가 전면 등교하기 시작한 2022년 5월부터 2023년 4월까지 ‘팬데믹 이후’로 분류해 분석했다.
조사 대상은 연령별로 미취학 아동(0~5세), 취학 연령(6~17세), 성인(18세 이상)으로 구분했다. 또 팬데믹 기간 중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씻기를 비롯한 개인위생 강화 등 비약물적 개입이 바이러스 감염에 미친 영향을 알기 위해 BSTS 모델 분석을 시행했다. BSTS 모델은 시계열 데이터에서 의도적 개입으로 인한 인과 효과를 추정하는 머신러닝 분석법이다.
전체 5종 바이러스의 양성(감염)률은 팬데믹 전 7.5%에서 팬데믹 기간 1.7%로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3%로 1.8배 증가했다. 바이러스별 양성률은 노로 바이러스가 9.9%로 가장 많았고 로타 바이러스 6.7%, 아데노 바이러스 3.3%, 아스트로 바이러스 1.4%, 사포 바이러스 0.6%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미취학 아동이 팬데믹 기간 양성률이 가장 크게 줄었고, 팬데믹 이후에는 가장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취학 아동의 경우 팬데믹 기간 부모의 집중적인 보호가 이뤄지고 어린이집 , 유치원의 출석 제한 조치로 인해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 장염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BSTS 모델 분석에서는 개인위생 강화 등의 비약물적 개입이 바이러스 감염을 91%까지 감소시켰다. 반면 비약물적 개입의 완화는 200%까지 양성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5종의 바이러스 가운데 로타 바이러스의 양성률은 지속적으로 줄어 팬데믹 기간 1.2%, 팬데믹 이후 1.3%로 나타나 증가폭이 가장 적었다. 국내 로타 바이러스 예방접종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김현수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와 위생 강화 등 비약물적 개입의 영향으로 바이러스 장염이 크게 감소했으며, 팬데믹 이후 이러한 조치들이 완화되며 바이러스 감염이 다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바이러스 감염 예방에 있어 비약물적 개입의 중요성이 확인됐으며 향후 감염병 관리 가이드라인 수립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러스 장염은 오염된 식품을 섭취하거나 접촉을 통해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손씻기 등 위생 관리가 중요하며 음식은 깨끗하게 세척하고 익히거나 끓여서 먹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포스트 팬데믹 시기를 모두 포함하는 최초의 연구로, SCIE급 국제저널 ‘저널 오브 클리니컬 바이올로지(Journal of Clinical Virology)’ 4월호에 게재됐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