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아산시장은 지난 10일 대전고등법원서 진행된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50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또 선고 받았다. 총 3번째 유죄 선고다. 대법원 상고하더라도 무죄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중론이다.
그런데 박 시장은 혐의 자체를 대소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재판받는 걸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지엽적인 오류가 있었다”고 표현했다. 고등법원서도 유죄 선고 받은 사안을 지엽적 오류라고 했다. 지엽적(枝葉的)은 곁가지 잎 같은 중요치 않은 걸 뜻한다.
이런 그는 3번째 유죄 선고 상황에서 17일부터 8일간 유럽 국외출장을 떠난다. 시장 재직 2년만에 12번째 여행이다. 결코 적은 횟수가 아니다. 사안도 시급하지 않다. 문화예술공연 선진사례 견학이다. 방문지는 유럽 최고의 휴양지인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로나, 프랑스 마르세유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이다. 시직원 3명 포함 4명의 여행비는 4500만원. 시장의 비즈니스석 왕복항공료(815만원)가 포함돼 좀 비싸다.
시의원들이 즉각 출국금지 신청서를 대전고등검찰청에 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8명은 11일 “박 시장을 출국 금지시켜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아산은 최근 문화재단 대표 선임과정서도 사달을 겪었다. 신임대표의 경력·학력이 문제가 됐다. 재단 이사장인 시장이 제기된 의혹을 직접 반박하고 나서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시장의 이런 저런 모습에 시민은 불안하고, 정치권과 시민단체 분노는 치솟았다. 자숙 혹은 사퇴 요구하는 성명이 잇따랐다. 아산시민연대는 “아산시는 고집과 불통 속에 각종 잡음으로 2년을 보냈다”며 “사퇴 만이 일방독주 행정을 지켜보는 시민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다. 당시는 투표일 직전으로, 이런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시내 여러 곳에 게시됐다.
아산시가 요란한 반면, 천안시는 차분하다. 박상돈 시장이 아산시장과 달리 ‘조용히’ 대법원 결정을 기다리며 시정을 챙기고 있다. 천안은 최근 거점형 스마트도시 선정에 이어, 천안역세권 개발이 투자선도지구로 뽑히는 겹경사를 맞았다. 시장과 공무원들이 합심해 정부 공모사업에 공들여 따낸 성과다.
투자선도지구는 천안역 일원 4만㎡에 4871억원을 투자해 △천안역 증개축 △지식산업센터 조성 △동부광장주차장 및 동서연결통로 조성 등을 추진한다. 기업 유치까지 이뤄져 본격적인 천안 원도심 활성화가 기대된다.
박 천안시장은 1심은 무죄였으나, 2심서 당선무효형인 유죄 선고를 받았다. 당시 “시민에게 사죄하라”는 민주당의 의례적 논평이 있었을 뿐이었다. 1심, 2심 재판부가 같은 사안에 대해 법리적 판단을 달리 했다. 이제 대법원의 법리적 결정만이 남았다.
그는 2022년 재선 후 총 4차례 국외출장을 다녀왔다. 시를 대표하는 신분으로 부득이한 경우였다. 대규모 외자유치 계약을 위해 ‘짧은’ 일정으로 다녀왔다. 재판받는 상황임을 의식한 조심스런 행보다.
/천안·아산 선임기자 chohp1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