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차기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무난하게 진행됐다. 현장에선 가계대출 증가 문제나 금투세에 대한 의견 등 전반적인 금융정책에 대한 질의가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전 10시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김병환 후보자는 모두발언을 통해 “금융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겨주신다면 이러한 여건에 대응하여 다음의 4가지 방향에 중점을 두어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금융산업 발전 △금융시장의 신뢰회복 △금융의 실물경제 지원 강화를 4대 중점 정책 목표로 설정했다.
이와 함께 김 후보자는 “금융시장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두겠다”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는 엄정한 사업성 평가를 기반으로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유도하고 최근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가지고 DSR 내실화 등을 통하여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책 실패 질책에…“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
이날 청문회에서는 윤석열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질책이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경제금융 정책 책임자였는데 실패한 정책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라”는 질책에 김 후보자는 “늘 국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며 “잘한 부분도 있고 부족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총선 참패 원인이 경제정책 실패에 있었다는 지적엔 “전세계에 유례없는 고금리·고물가를 겪었다”면서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상당히 잘 버텼다고 생각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삶에서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총선에서 정부·여당에 역대급 패배를 안기며 국민이 심판을 했는데 왜 이렇게 심판했다고 생각했느냐”라는 질의에는 “어려운 시기에 시작을 했고 나름 정부가 대응을 열심히 하고 성과도 일부 있었지만 국민들에게 체감되기는 어려웠지 않았나고 생각한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금투세 폐지·산은 부산이전…현안에 尹 정부와 ‘호흡’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금융 현안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와 인식을 같이 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금투세 폐지를 어떻게 관철할 것인지”라는 질의에 김 후보자는 “금투세는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이에 저는 금투세 폐지는 부자 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굳이 정의를 하자면 투자자를 위한 감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는 금투세가 내년에 도입되면 금융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실제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하고 있고 아무래도 금액이 큰 투자도 있어 채권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채권 매도가 많이 일어날 것이고, 이 때문에 자본이탈 등 외국인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은행 이전에 대해서는 필요한 국정과제라고 봤다. 김 후보자는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간 균형발전하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는 이번 국정과제인 산은 부산 이전에 집중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하반기 제4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대해 질의하자 김 후보자는 “취임 이후 인가·심사기준을 검토해 하반기에는 관련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하면 인가나 심사 기준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군면제 의혹’ 제기에 김병환 “선천성 위장관 기형으로 후유증 앓아”
군면제 의혹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김 후보자는 병역 면제를 받은 것과 관련해 “민감한 개인 정보라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선천성 위장관 기형과 관련해 대장 기능에 후유증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2년 후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국가에서 실시하는 신체 검사에선 정상 판정을 받았다’는 지적에는 “기준을 알 수 없지만 군대와 직장 생활의 심사 기준이 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징병 검사를 받을 당시 이미 완치되거나 증상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그렇지는 않다. 완치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복현 금감원장과의 관계는 여야를 막론하고 질문이 이어졌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엇박자가 조금 있다”며 최근 이 원장이 금투세 폐지, 공매도 금지 등 금융정책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 ‘월권’이라는 의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과거에 했던 발언에 대해 제가 평가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앞으로 잘 조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무위는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안건을 의사 일정에 추가 상정해 통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 후보자에 대한 병역 기피 등 복수의 의혹이 제기되긴 했으나 결정적 결함이 없어 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최연소 금융위원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