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트 때, 7번공이 들어갔다 나오는 순간, ‘이게 꿈인가’ 했다. 들어갔다 ‘뿅’ 하고 나오길래 잘못 봤나 했다.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장면이었다.” (서서아)
승리의 여신이 외면했나 싶은 순간, 그러나 ‘포켓볼 여왕’ 서서아는 흔들리지 않았다. 곧바로 멘털을 잡고 추격을 시작한 서서아는 4-5로 뒤지던 경기를 기어코 7-5로 역전, 대망의 초대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0일 오후 8시30분 서울 송파구 비타 500 콜로세움에서 열린 ‘SOOP 슈퍼리그 레이디스 나인볼’ 결승전에서 한국 랭킹 1위 서서아가 4위 이하린을 세트 스코어 7-5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LG유플러스 소속으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선수간 결승 매치였다. 독보적인 우승 후보 서서아는 8강 승리 직후 “제가 잘 치면 아무도 저를 이길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이 가득했다. 이하린은 준결승에서 ‘난적’ 진혜주와 대회 처음이자 마지막 풀세트 접전 끝에 7-6 신승을 거두고 결승 무대를 밟은 기세가 매서웠다.
예측할 수 없던 경기는 초반부터 난타전 양상으로 흘렀다. 서로 멋진 샷과 실수를 주고받길 몇 차례, 9세트가 끝난 순간 스코어는 5-4 이하린 리드였다.
아프리카TV에서 전 경기 생중계한 이번 대회, 해설진은 이하린의 ‘패착’으로 승부처에서 강공을 선택한 점을 꼽았다. 수비 위주의 전략을 했더라면 서서아의 다음 샷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하린의 공격이 ‘파울’로 끝나면서 서서아는 귀중한 ‘프리볼’ 기회를 얻었고, 승부도 그것으로 끝이었다.
서서아가 6-5로 리드한 상황에서 펼친 마지막 12세트, 이 경기가 사실상 승부판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만약 동점이 된다면 최종 13세트는 이하린이 브레이크 샷을 가져가는 상황이기 때문.
운명의 12세트, 서서아는 브레이크 샷 이후 회심의 점프 샷을 포함해 여러 차례 난관을 신들린 플레이로 헤쳐나가면서 런아웃으로 승부를 끝냈다. 공격과 수비의 기로에서 강공을 선택한 이후 실점한 이하린으로선 마지막 순간을 아쉽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SOOP 슈퍼리그 레이디스 나인볼 초대 우승을 차지한 서서아는 “사실 4-5로 지고 있을 때 멘털이 흔들렸다”면서 “다음 샷을 잘 쳐서 다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승부처를 돌아봤다. 이어 “아프리카TV, SOOP에서 이렇게 큰 이벤트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긴장이 많이 됐는데 우승하게 돼 정말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 랭킹 1위 서서아는 이제 세계 무대로 시선을 돌린다. 서서아는 “2주 뒤에 세계 선수권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며 “지켜봐 주시고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갈무리했다.
한편 이번 대회를 주최한 SOOP의 서수길 CBO는 “늦은 시간까지 현장에서 응원해주신 분들, 온라인으로 보고 계신 수많은 당구 팬 여러분 감사하다”면서 “멋진 경기 펼쳐준 선수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고, SOOP은 앞으로도 여성 포켓볼 리그와 당구 콘텐츠를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