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와 중국 기업 간 밀착도 강화되고 있다. 특히 텐센트는 국내 게임사에 ‘키맨’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수출문이 다시 열리며 텐센트의 광폭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에 게임을 출시하려면 외자 판호를 발급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중국 내 퍼블리셔와 계약을 맺는 게 필수다. 이에 따라 텐센트는 더욱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검은사막’ 중국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펄어비스는 텐센트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5월 밝혔다. 엔씨소프트 역시 텐센트와 ‘블레이드&소울’ 출시를 준비 중이다. 앞서 넥슨도 텐센트와 손을 잡고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중국에 선보였다.
경영에서도 텐센트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넷마블, 크래프톤 등 주요 게임사 2대 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어서다. 지난달 상장한 시프트업 2대 주주도 텐센트다.
경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과거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경영권 분쟁을 할 때, 텐센트가 ‘키맨’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넥슨 모회사 NXC 지분 공개매각이 이뤄질 때,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힌 곳도 텐센트다.
시프트업에도 비슷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텐센트 자회사 에이스빌 지분이 35.03%다. 김형태 대표가 보유한 39.05%와 4.02%p 차이에 불과하다. 입김이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민경립 시프트업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 6월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텐센트가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와 무관하게 시프트업은 경영상 독립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텐센트 지분 향방에 대해 말하긴 어렵지만, 경영진을 비롯한 양사 관계는 매우 우호적이기 때문에 투자자로서 관계 역시 오래가지 않을까 싶다”고도 이야기했다.
시프트업은 텐센트 의존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승리의 여신: 니케’ 중국 현지 유통을 텐센트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 파워가 워낙 강하다보니 (게임 등 콘텐츠 산업 전반에) 영향이 막강하다”며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방어적인 태세만 취할 수도 없다. 개별 기업 역량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기에 고민되는 지점”이라고 이야기했다.
전문가 역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동전의 양면 같다”며 “규모가 큰 게임사들은 경영권에 치명적인 위협을 받을 시기는 어느 정도 지난 걸로 보인다. 문제는 중소게임사”라고 분석했다. 지속 성장을 위해 자본이 필요하기에 경영권 일부를 내주는 등 무리한 투자를 받을 수 있어서다.
김 교수는 “이런 부분을 경계하면서 정부 기관에서도 모니터링을 하며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며 “실력 있는 게임사 지분이 넘어가거나 인력 유출 등 기타 부작용이 생겨나는 걸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