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병상이 줄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응급의료기관 408곳 중 응급실 병상을 축소 운영하는 기관은 7월31일 기준 24곳이다. 지난 2월21일 6곳에서 4배나 늘었다. 병상을 줄이는 이유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환자를 볼 의사가 없다. 기본 근무 강도가 높고 처우에 대한 불만이 깔려있던 와중에 전공의 이탈에 따른 공백까지 메우던 전문의들이 버티지 못하고 잇따라 응급실을 등진 것이다.
충남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순천향대천안병원 응급실의 경우 최근 교대 근무하던 전문의 8명 중 절반 이상이 사직하면서 축소 운영이 불가피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8명의 의사가 환자를 지켰던 곳이다. 한양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가천대길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경북대병원 등 전국의 권역응급의료센터들이 통합응급의료정보 인트라넷을 통해 환자 수용 및 진료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알렸다.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총괄하는 중앙응급의료센터를 두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마저 전문의 충원에 나섰지만 지원율은 저조했다.
병상은 줄었는데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증가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시작된 2월 58만2324명에서 3월 46만2030명으로 떨어졌다가 4월 49만4758명, 5월 52만9130명, 6월 52만8135명으로 증가세를 그렸고 지난달에는 55만784명을 기록했다. 환자를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돌려보낸 회송 빈도도 덩달아 높아졌다. 복지부 자료를 보면 2월부터 5월까지 상급종합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회송된 건수가 28만9952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만2487건(17.2%) 늘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한 환자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이대론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불안이 가라않기 힘들다. 무엇보다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지탄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달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순천향대천안병원 응급의료 파행 관련 질의에 “그 병원에 한정된 것으로 우려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응급의료센터에 응급의학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 인력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한 정부의 행보는 현장을 모르는 땜질식 행정이란 지적을 불렀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응급의료기관 상당수가 파행 운영되고 있는 사실을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최일선에서 사수하는 응급실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먼저다. 그러자면 의료계, 전공의와 소통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힘쓸 필요가 있다. 응급실이 제대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의료계와의 협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응급실을 둘러싼 논란은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부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단면이다. 심도 있고 실효적인 대안을 적정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추석 연휴도 성큼 다가왔다. 응급실 대란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고삐를 조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