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의 인기를 구가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실제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바둑 국보’ 이창호 9단과 세계 랭킹 1위, ‘신공지능’ 신진서 9단이 격돌했다. 세계 바둑계 신-구 일인자가 대국을 펼친다는 자체로 주목받았던 이 대국은, 초유의 ‘3패빅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11일 오후 1시 경기도 판교 K바둑스튜디오에서 시작된 제47기 SG배 명인전 8강 4경기 신진서-이창호 대국이 무승부로 끝났다. 신진서 9단이 207수로 좌상귀 패를 따낸 장면에서 더 이상 수순이 진행되지 못했다. 바둑에는 ‘동형반복 금지’ 규정에 의해 무승부가 선언됐다.
신진서 9단과 이창호 9단은 오후 5시40분 재대국에 돌입했다. 규정 상 무승부가 나왔을 때는 각자 남은 시간으로 즉각 재대국을 하게 돼 있다. 재대결 승부는 오후 6시22분께 초반 전투에서 실점한 이창호 9단이 돌을 거두면서 빠르게 종국됐다. 신진서 9단이 103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 명인전 승자조 4강에 올랐다.
국후 인터뷰에서 신진서 9단은 “처음에는 당연히 그냥 패인 줄 알았는데 조이다보니 3패빅인 걸 알게 됐다”면서 “애초에 귀에 수를 안 내러 갔어야 하는데…너무 늘어진 패였다”고 아쉬워했다.
삼패빅 형태가 등장하면서 당황하진 않았는지 묻는 질문에는 “3패여도 진 건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면서도 “빅을 하고 집으로 가면 어떨까 하고 더 둬보긴 했는데, 빅을 만드려면 양패를 버텨야 해서 힘들었던 것 같다”고 복기했다.
신 9단은 “4패빅은 한 번 나왔던 것 같은데 3패빅은 처음”이라며 “첫 판에 많이 좋았던 것 같은데 실수를 계속하면서 역전 당했던 게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이창호 9단은 “3패빅 형태인지 둘 때는 잘 몰랐고, 모양이 계속 진행되다보니 3패빅 비슷한 모양인 것 같았다”면서 “바로 재대국을 이어서 하는 것에 대해 룰을 잘 몰랐다”고 말했다. 두 판 연속으로 대국한 것에 대해서는 “체력적으로 괜찮았다”고 답했다.
최근 란커배 우승으로 메이저 세계대회 7번째 우승을 차지한 후배 신진서에 대해 이창호 9단은 “세계대회에서 너무 잘 해주고 있다. 뿌듯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존경하는 사범님과 두 판까지 대국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화답한 신진서 9단은 승자조 4강 변상일 9단과 승부에 대한 임전소감도 남겼다. 신 9단은 “변상일 선수가 강한 상대인데,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하고 올라온 만큼 최대한 잘 둬보도록 하겠다”면서 “앞으로 세계대회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