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거부하는 등 지난 일본 총리들보다 비교적 온건파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차기 일본 총리를 뽑는 자유민주당(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했다.
자민당은 27일 도쿄 당 본부에서 개최한 총재 선거를 통해 이시바 전 간사장을 28대 총재로 선출했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2차 결선 투표에서 215표를 얻어 194표에 그친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을 21표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1차 투표에서 154표를 얻어 1위에 올랐지만 결선에서 역전당했다.
자민당 내 대표적인 비주류 인사로 꼽히는 이시바 신임 총재는 앞선 몇 차례 총재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보이면서 당내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 “판결은 국제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면서 일본이 식민 지배·침략의 역사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줄곧 참배하지 않았다.
이런 행보 때문에, 이시바 체제에서 한일관계가 부드럽게 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이 지속적으로 외면했던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가 달라질지 주목된다.
하지만 빠르게 보수화되고 있는 일본 분위기를 고려할 때, 현 정책 방향이 180도 바뀔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시바 신임 총재가 선출되긴 했으나, 아직도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점도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