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백화점과 이마트 부문 간 계열 분리 작업을 본격화한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9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해 백화점 부문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본격적인 계열 분리에 따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신세계백화점 회장으로 승진한 정유경 총괄사장의 남매 분리경영 시대가 공식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신세계그룹은 이같은 내용의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계열 분리 토대를 구축하고, 성과주의에 입각한 책임 경영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정유경 회장의 승진은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이다. 신세계그룹 측은 정유경 회장 승진에 대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라며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향후 원활한 분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분리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2019년 신세계와 이마트가 각각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을 신설했다. 오빠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부문, 여동생 정유경 총괄 사장은 신세계 부문을 각각 이끌어왔다.
계열사 대표 인사는 성과 주의를 기반으로 소폭 변화를 줬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한다. 한 대표가 겸임하고 있던 이마트24 대표에는 송만준 이마트 PL·글로벌사업부장이 내정됐다. 송 신임 대표는 올해 선보인 노브랜드 중심의 편의점 모델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근 사업 조정을 하던 신세계푸드 대표에는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이, 신세계L&B는 마기환 대표를 외부 영입했다.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 부문 대표를 겸직하게 됐다.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에는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이 내정됐다. 신세계야구단 대표는 김재섭 이마트 기획관리담당이 발탁됐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직급에 상관없이 대표로 발탁해 성과 창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라며 “과거 획일화된 인사 체계를 탈피해 조직원에게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한편, 회사의 인재 활용 폭을 넓히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정용진 회장의 취임 첫 해 인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정용진 회장 취임 이후 진행해 오던 비상경영 체제를 통한 본업 경쟁력 강화를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설명이다.
신세계그룹의 계열 분리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신세계그룹은 2016년 4월 남매 간 지분 교환,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의 지분 증여, 주식 추가 매입 등을 통해 이마트와 백화점 간 계열사 양분 구조를 만들었다. 2019년에는 이마트와 신세계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마트부문과 백화점부문을 신설하며 계열 분리를 위한 밑작업이 시작됐다.
신세계그룹 측은 “올해가 본업 경쟁력 회복을 통한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성공적인 턴어라운드(실적 개선)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계열 분리를 통해 성장의 속도를 한층 배가시킬 수 있는 최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계열 분리를 위한 지분 정리도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다.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각각 이마트 지분 18.56%,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씩 보유하고 있다.
이커머스 자회사인 SSG닷컴만 이마트와 신세계가 지분을 공동 보유하고 있다. 추후 이마트쪽으로 양도될 것으로 보인다. SSG닷컴 지분은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를 각각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영 리스크를 분산하고 남매가 동반 성장의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계열 분리 선언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확실한 독립 경영이 시작된 만큼 정 회장의 입지가 한층 강화되면서 향후 경영 전반의 영향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