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교육, 혁신과 만나다...“마음껏 꿈꿀 수 있어”

[기획특집] 교육, 혁신과 만나다...“마음껏 꿈꿀 수 있어”

[협력과 공존을 위한 충남 혁신미래학교] ① 홍성 홍동초등학교

기사승인 2024-10-31 09:00:05
충남교육청은 ‘행복한 학교, 학생중심 충남교육’이라는 교육 비전을 바탕으로 혁신교육의 선도적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혁신학교는 학생을 중심에 두고 학교교육의 본질에 집중하는 정책으로 김지철 교육감이 취임한 이후 10년 동안 교육청의 핵심 정책으로 자리잡았다.
충남교육청은 혁신미래학교 정책의 핵심을 역동성에 두고 현장 중심의 성찰을 토대로 충남 미래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탐색하고 있다. 이에 쿠키뉴스는 5회에 걸쳐 ‘협력과 공존을 위한 충남 혁신학교’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홍동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30일 끼리끼리 짝을 이뤄 기차를 이용한 서울 여행에 나서면서 한껏 신이 났다.

기차타고 끼리끼리 수학여행...선생님은 '그림자' 

전형적인 농촌마을 초등학생들이 가을을 머리에 이고 기차를 이용해 서울나들이에 나섰다. 일반 학교에서는 수학여행이라고 부른다. 

혁신학교 8년차를 맞은 홍동초등학교 5학년 학생 27명이 30일 4~5명씩 짝을 이뤄 모둠별로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을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해 배움을 찾는 자율여행에 나선 것이다.  

이 여행에 동행하는 5명의 선생님은 그림자이다. 학생들의 일정에 절대 관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어떤 잔소리나 참견도 할 수 없다. 다만 ‘그림자선생님’ 역할을 하면서 교통 등 안전에만 책임진다. 때로는 자신의 생업도 뒤로한 채 자식들의 성장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2~3명의 ‘그림자학부모’가 지원에 나서기도 한다. 

이처럼 홍동초등학교는 새로운 변화를 창조해 나가는 배움공동체로 일반학교와는 확연히 차별화된 모습이다. 선생님들 평균 연령도 40대 초반으로 젊다. 

성적순으로 끼리끼리 어울리던 학생들이 편견없이 같이 어울리고 다양한 사람, 마을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꿈꾸는 공간이 바로 이 학교이다. 

김용기 선생님.

"혁신학교는 배움터 이면서 쉼터고 놀이터가 되야 정체성 가져"

기자를 맞은 김용기 선생님의 첫 일성은 “홍동초등학교는 내 마음대로 꿈꾸고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그동안 교사로서 느낀 열정과 절망, 그리고 희망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김 선생님은 “혁신학교는 배움터이면서 쉼터고 놀이터가 되어야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면서 “젊은 시절 교육에 대한 열정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교직생활의 첫발을 시작했지만 학교는 많은 굴레와 의미없는 관습으로 참 힘들었던 공간이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혁신학교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고 그 결과물들이 조금씩 학교를 변화시키고 있어 보람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선생님이 바라는 혁신학교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교사를 돌려주는 곳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칠 교육활동을 마음껏 상상하고 실천하는 곳 △교사들의 시선이 아이들에게 맞추어지는 곳 △학생회, 교사회, 학부모회의 민주주의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홍동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대부분 자원해서 오고 있다. 간혹 발령에 의해 왔다 적응하지 못해 1년만에 떠나는 선생님들도 있단다. 수업연구도 많이 하고 새로운 시도들이 많기 때문에 사명감, 자발성, 주체성이 없으면 견디기 힘들고 특별한 인센티브조차 없기 때문이다. 

환경생태활동 후 스스로 프로젝트 발표에 나서고 있는 홍동초 학생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미래를 대비하다, 지역과 함께하는 연계교육과정 

홍동초·중학교는 ‘충청지역만의 교육철학을 만들어 보자’라는 비전을 갖고 초등에서 중학교까지 9년의 시간을 긴 호흡으로 가정과 마을, 학교와 연계해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학생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려고 고민했다. 

같은 지역에 있으면서 급별 환경의 차이로 서로 다른 활동을 하면서 연계성에 대한 고민은 늘 있어왔다. 학생수 감소에 인해 강제적으로 함께 생활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는 것도 무시할 수 많은 없었다. 

교사들이 먼저 움직였다. 초중 학생들을 연결하고, 학부모를 연결하고 지역을 연결하기로 한 것이다.  

마침내 지난 23일 홍동초·중학교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초등 12명, 중학교 20명의 교사들이 홍동교육공동체의 비전을 만들기 위해 연계교육과정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논의 결과 ‘교육공동체를 연결하고 깊이 있는 배움으로 함께 성장하는 홍동’을 목표로 다양한 협력에 시동을 걸고 있다. 

홍동초등학교 학생회는 학생 개개인의 안건을 다모임 활동을 통해 토의하고 공론 과정을 거쳐 합의를 이루어간다.

마침내 초중등 수업을 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다른 교육과정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 부족이 발생하고 ‘환경생태’라는 공통의 주제는 중복으로 문제점이 드러났다. 초등에서는 중학생들의 활동 상황을 보고 그에 맞는 기초적인 내용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고, 중학교에서는 초등의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을 통해 마침내 서로의 수업을 열게 됐다. 

이날 홍동중 교사들은 홍동초 교사들에게 무척 고마워했다고 전했다. 홍동초 아이들이 중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스스로 헤쳐나가는 힘이 있고, 다른 학교 출신과 달리 결과물을 내놓거나 토론하는 힘이 강하고 관계성에서 탁월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성과는 홍동초와 홍동중학교가 서로를 바라보며 ‘어떻게 초중이 만날까’라는 교육적 고민과 비전 공유, 무엇이 필요한지를 찾아가며 함께 성장하고 한 걸음, 한 삽 더 뜨는 마음이 결합된 결과이다. 

학생다모임활동 모습.

2024학년도 혁신미래학교 ‘공감주간’ 운영

앎과 삶이 하나되는 행복온마을학교 홍동초등학교에서는 지난 5월 20일부터 24일까지 ‘공감주간’을 운영했다.  

학교는 이번 공감주간 동안 △민주적 협의문화를 위한 교직원 회의 △인근 지역 선생님들과의 수업 연구 결과 △홍동중과 초·중 연계수업 △학생다모임 자치 활동 △마을기반교육과정 운영 수업 등을 공개하여 도내 교직원 100여 명이 각 활동을 참관하면서 함께 성장할 기회를 제공했다. 

첫째 날은 ‘학교 민주주의 들여다보기’를 통해 지난 8년간 협의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학교 민주주의를 위한 발걸음들을 돌아봤다. 협의 규칙 제정, 참살이 캠프 운영, 다수결에 대한 반성과 성찰, 학생·학부모·교사 교육3주체 협의 등 민주적 절차들을 엿볼 수 있었다. 

둘째 날 ‘수업으로 성장하는 교사공동체’는 수업에서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기 위한수업공개와 수업나눔 문화를 만들기 위한 고난과 극정과정을 담았다. 

셋째 날에는 ‘초중연계를 통한 온마을학교를 꿈꾸다’를 주제로 학교간 수업나눔을 통한 교류를 시작하고 교사간 친목과 마을학교로서의 역할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넷째날은 학생 자치 문화를 만들기 위한 어려움과 극복과정을 그렸다. 한 달에 한 번 학생들 개개인의 관심사를 다모임 안건에 올리고 공유하는 과정을 거쳐 학교 운영에 적극 반영하고 있는 것을 통해 성취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다섯째 날은 ‘마을기반 교육활동 들여다보기’로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생태전화 마을기반 교육과정 운영 실태를 소개했다. 학생들이 마을을 기반으로 한 모내기, 추수활동, 나눔을 통해 환경 생태적 가치를 몸으로 체험하고 마을교육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시사점을 도출했다. 특히 아이들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에 대한 목표와 철학적 가치 공유를 통해 마을교육공동체의 의미를 찾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관계 형성에 주력했다. 

이날 '공감 주간'에 참여한 인근지역 김 모 교장은 "학교를 1주일 동안 공개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데 잘 준비한 것 같다"면서 "혁신미래학교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의미 있었고 일부은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현정 홍동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이 혁신학교로서의 역할과 마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학부모가 학교 어려움 먼저 나서주는 학교?


홍동초등학교의 지난 8년간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마을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6학년 학부모 양 모씨는 “아이가 6년 동안 홍동초에 다니면서 스스로를 ‘배울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면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조별 수업을 통해 경쟁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것의 의미를 조금씩 선명하게 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교공동체 주체로서 양육자의 역할을 고민해볼 자리에 참여할 수 있었고, 양육자끼리 평등하고 안전하게 소통하기 위해 평화서클을 경험해볼 수 있었던 것도 소중하다”고 피력했다. 

두 아이를 이 학교에 보내고 있는 박 모씨도 “홍동초만의 프로그램(평화수업 및 목공, 산행, 연극 등 지역 마을교육과 연결된 다양한 프로그램) 들의 가치를 알고 서로 공유하며 유지 할 수 있도록 마을과 함께 힘 쓸 수 있어서 좋다”라며 “혁신학교 내내 훌륭하신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마을과 연계한 환경프로젝트 활동.

이현정 교감선생님은 “우리 학교는 혁신학교 8년동안 교육과정의 자발적 연구와 실천이 있었다”면서 “그 결과 학생들과의 협업이 주도적으로 이루어지고 학부모의 활동도 감동적일 만큼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학부모가 학교의 어려운 점을 먼저 파악해 교육청에 문제 해결을 요청하고, 지역에 마을교육 인적자원이 풍부해 연수조차 관이 아닌 민간이 주도해 다른 학교에선 한번도 보지 못한 풍경이라고 말했다.

또한 홍동지역이 유기농법의 메카답게 생태환경 관련 강사진이 탄탄하고 교육·홍보의 맥이 흘러 민주시민 육성을 위한 그룹별 토론, 공생을 위한 행사가 많아 학교 교육에 접목하고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이현정 교감은 “내년 정부 세수부족에 따른 교육예산 20% 삭감 소식이 있어 일말의 불안감이 든다”면서 “혁신학교의 성과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예산 지원이 탄탄했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홍동초등학교는 학생·교사·학부모가 더불어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소통하고 참여하는 학교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기사는 충남교육청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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