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추진되는 가운데, 업계 간 담배시장 변화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자담배 기기에도 흡연 경고문구나 그림을 넣는 방안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난 7월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도 담배의 정의를 ‘연초의 잎’에서 ‘연초 및 니코틴’ 사용으로 확장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합성니코틴이 일반 담배인 궐련과 달리 현행법상 담배로 취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담배 기기에는 흡연 경고문구·그림 의무가 없고 세금·부담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특히 청소년도 구매할 수 있다거나 흡연율을 늘린다는 점 등이 문제로 꼽힌다.
전자담배 업계는 규제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관계자는 “합법적 테두리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담배유형별 합리적 과세체계가 마련돼 시장이 정상화되길 바란다”며 “합성 니코틴을 담배로 정의해 청소년에게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투명한 관리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내에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출시한 BAT로스만스도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BAT 관계자는 “한국에서 합성니코틴 액상형 담배는 일반 담배가 내는 세금과 부담금을 내지 않고 있다”며 “합성니코틴에 대한 담배 규제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건강과 관련한 한국의 각종 담배 규제 정책을 자발적으로 준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합성니코틴 규제로 전자담배가 궐련에 비해 과하게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자담배도 천연니코틴을 쓰는 제품이 많지만 규제 도입을 위한 일종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전자담배 업계 관계자는 “규제 강화 조짐이 보이며 액상형 전자담배가 궐련보다 더 해로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그렇다고 궐련이 이로운 것은 아니다”라며 “천연니코틴을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이미 규제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액상형 전자담배 자체가 몸에 해롭다는 식으로 매도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BAT에서 판매중인 ‘뷰즈 고(VUSE GO)’나 현재는 단종된 KT&G의 액상형 전자담배 ‘릴 베이퍼’ 등은 담뱃잎에서 추출한 천연 니코틴을 사용해 담배와 동일한 규정을 받았다.
또 전자담배가 흡연율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용자들은 오히려 전자담배를 금연용품이나 대체재에 가깝게 느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흡연율 그래프는 전자담배와 궐련이 비슷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이달 발표한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 흡연율은 지난해 기준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일반담배(궐련) 흡연율은 더 높아졌다.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9세 이상 궐련 흡연율은 19.6%로 전년(17.7%) 대비 1.9%포인트 늘었다. 남여 각각 2.4%포인트, 1.3%포인트가 늘었다.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도 2022년 3.5%에서 지난해 4.5%로 1%포인트 늘었다. 남여 각각 1.0%포인트, 1.2%포인트 상승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국내 담배 시장을 양분한 KT&G와 한국필립모리스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 10월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KT&G의 매출액 중 담배사업 비중은 61.6%이며 2017년 시장 진입 후 7년간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합성니코틴 규제로 KT&G와 한국필립모리스가 양분한 시장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며 “궐련이나 궐련형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KT&G의 이번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6363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2.2% 증가한 4157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담배사업부문에서는 3분기 해외궐련사업 매출액 419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30.5%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2분기 연속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새로 썼다.
다만 이에 대해 KT&G 측은 “액상형 전자담배는 판매하지 않는 상품군이기 때문에 별다른 입장은 없다”며 “개정안이나 정부 정책이 나오면 그에 따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