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감염병 대응에 나섰지만 전담병원 해제 이후 지방의료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공공병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길 바랍니다.”
감염병 관리부터 완화의료에 이르기까지 군산의 공공의료 강화에 앞장선 김순이 군산의료원 간호사는 최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간호사는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최전선에 서서 환자를 돌본 37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김 간호사는 “지역의료 현장에서 간호사들이 치열하게 헌신하고 노력하고 있다. 공공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남다른 사명의식과 책임감이 있다”며 “시민들이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확진자와 접촉하면 죽을 확률이 높은 무서운 바이러스라고 생각해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은 배척당하고 퇴근해서 집에 가는 것도 꺼렸다”고 했다. 이어 “군산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면서 간호사들은 가족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길까봐 집에 가지도 못하고 병원에서 마련해 준 숙소에서 지내며 하루 종일 방호복을 입은 채 숨 쉬기 힘든 상태에서 환자를 봤다”면서 “공공병원 간호사들이 국가적 의료재난 사태에서 모범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담병원 해제 이후 군산의료원을 포함한 전국의 공공병원들은 경영난에 빠지고 극심한 인력 부족을 겪게 됐다. 지방의료원 경영진이 비상경영, 긴축재정을 선포하고 인력 감축, 정원 축소, 직원 복지 감소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올해 35개 지방의료원의 의료 손실은 5281억원으로, 당기순손실만 2510억원으로 추산된다. 기관당 의료 손실 151억원, 당기순손실 72억원 규모다. 경영난으로 인해 누적된 차입금은 1262억원으로, 올해 새로 발생한 차입금이 310억원이며 한 해 이자로만 40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사 구인난으로 진료과목을 모두 운영하는 곳은 35개 지방의료원 중 3분의 1에 불과하다.
군산의료원은 민간병원이 추진하기 어려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호스피스 완화의료, 공동간병인 병실 등 시범사업을 주도적으로 도입해 지역민들의 의료비용을 낮추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김 간호사는 “공공병원들은 지역사회 저소득층이나 경제적 약자들의 의료 안전망 역할을 담당하고,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 지역의 의료를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도 “감염내과나 순환기내과 등 일부 진료과에 인력이 없어 유지하기가 힘들다. 경영 정상화도 더디게 이뤄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지난 8월28일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에 대해선 “꼭 필요한 법”이라고 피력했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비롯해 면허와 자격, 권리, 책무, 인력 수급, 교육, 장기근속 등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간호법은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2025년 6월2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김 간호사는 “간호법을 통해 간호사의 역할이나 책임이 명확해지며, 환자 수 대비 적정 간호 인력 배치가 가능해지고 환자 안전 향상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라며 “간호사와 의료진 간 업무 분담이 분명하지 않은데 불필요한 업무 중복이나 갈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정갈등 사태로 전공의들이 다 빠져나가면서 많은 진료지원(PA) 간호사가 대신 투입됐다”며 “내년 6월부터 법적 테두리 안에서 PA간호사들이 의사 보조 업무를 할 수 있게 돼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년을 앞두고 있는 김 간호사는 병원을 떠나면 후배 간호사 양성에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일한 경험이나 노하우를 간호대학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면서 “건강이 허락되면 치매안심센터나 주간보호센터 등에서 자원봉사 활동도 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김 간호사는 지난 2일 대우재단의 김우중 의료인상을 수상했다. 김우중 의료인상은 고(故) 김우중 대우 회장이 출연해 시작된 대우재단의 도서·오지 의료사업 정신을 계승하고자 2021년에 제정됐다. 대우재단은 소외된 이웃을 위해 장기간 인술을 펼쳐온 의료인을 선정해 김우중 의료인상, 의료봉사상, 공로상을 수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