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률 5배↑’ 엑소더스…“못 참겠다” 기업은행 노조 총파업 예고

‘이직률 5배↑’ 엑소더스…“못 참겠다” 기업은행 노조 총파업 예고

기업은행 노조, 27일 총파업 예고
총액인건비 제한에…1인당 600만원 시간 외 근무수당 미지급
시중은행과 벌어지는 연봉 격차…이직률 5배 껑충
다른 금융기관으로도 번질까

기사승인 2024-12-24 13:53:03
김형선 IBK기업은행 노조 위원장이 24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국책은행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최초로 단독 총파업에 나선다. 노조는 공공기관 총액인건비 제도에 발목 잡혀 동일한 업무를 하는 시중은행과 임금 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노조의 움직임이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다른 정책금융기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24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7일 기업은행 노조 조합원 7000여명이 참석하는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팀장급 이하 조합원들이 지점뿐만 아니라 본사까지 모두 참여할 계획이다.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2차, 3차 파업까지도 강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기업은행 노조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다른 정책금융기관도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다며 향후 연대 가능성도 열어놨다.

김 위원장은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있어서 시중은행과 동일한 성격의 업무를 하는데도 임금 격차가 30%까지 나는 상황”이라며 “직원들의 시간외 임금도 정부의 총액인건비 제한으로 1인당 600만원 정도 미지급됐다. 현장 직원들의 불만은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총파업에 나서는 배경을 밝혔다.

또 해마다 직원에게 쓸 수 있는 총인건비가 정해진 탓에 초과 이익 배분이나 특별성과급 지급도 불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기업은행의 2023년 당기순이익만 2조7000억원인데 최대주주인 기재부가 지난 3년간 배당금 1조1000억원을 챙기는 동안, 직원들은 일원 한 장 가져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노사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기에 총파업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기업은행의 퇴직금, 인건비 등도 모두 기재부 승인이 필요하다. 이를 지키지 않을 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등급을 낮춰 마이너스 성과급을 지급하고 차년도 예산안을 삭감하기도 한다. 때문에 기업은행 노조는 헌법상 권리인 단체교섭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이대로 총액인건비 규제를 풀지 못한다면, 직원 사기와 자긍심 저하로 국책 금융기관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은행 노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직률은 2019년 0.9%에서 2023년 5.5%로 5배 넘게 증가했다. 신입공채 경쟁률도 반토막 났다. 2019년 기업은행 신입공채 경쟁률은 93:1 이었는데 지난해 47:1로 집계됐다. 반면 노동강도는 시중은행보다 높다. 지난해 주요은행 지원 생산성을 살펴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평균은 3억3300만원, 기업은행은 4억500만원에 달했다. 

노조는 기업은행 사측, 금융위원회, 기재부가 서로 핑퐁치기에 바쁘다고 지적한다. 법 개정까지 가지 않아도 기재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게 노조 시각이다. 또 총파업으로 인한 고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은행에 가장 타격이 큰 30일이나 31일 대신 27일로 날짜를 정하고, 노조 명의로 고객 양해를 구하는 안내문을 영업점에 모두 부착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은행 노동자들은 시중은행과 모든 업무를 똑같이 하면서 정부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심지어 잼버리 행사에까지 동원되는 조직”이라며 “27일에는 거의 모든 점포가 마비되는 총파업이 될 것이다.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내년까지도 공공기관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 단체교섭권 확보를 위해 투쟁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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